이즘이 비정기적으로 미처 리뷰하지 못했던 작품을 되짚어봅니다. 이번 리뷰는 이즘에서 ‘2017 올해의 팝 앨범’으로 선정한 썬더캣의 < Drunk >입니다.

땋은 머리에 화려한 복장을 하고 큼지막한 6현 베이스 기타를 든 기인(奇人) 썬더캣은 LA 흑인음악 지대의 양분을 그대로 흡수한 별종이다. 기존 형식을 해체하고 자유롭게 교류하는 특유의 환경에서 기른 솜씨는 본래의 기반이었던 펑크(Funk)와 소울마저 마음껏 주물러 넓게 펼쳐낸다. 플라잉 로터스의 레이블 브레인피더(Brainfeeder)와 계약한 뒤 내놓은 두 장의 정규작에 ‘퓨전’, ‘프로그레시브’ 등의 수식어가 붙은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답안지를 무시하고 나아가던 겁 없는 신예는 몸값을 올린 후 제일 노골적인 작품을 든 채 나른한 상태로 돌아왔다.

< Drunk >는 썬더캣의 기민한 감각과 밉지 않은 뻔뻔함이 집약된 음반이다. 인스트루멘탈과 번갈아 배치하는 정도였던 팔세토 보컬은 그 비중이 커짐과 동시에 더욱 능란해졌으며 ‘A fan’s mail (tron song suite II)’에서는 캐릭터에 맞게 고양이 울음소리를 천연히 흉내 내기도 한다. 또한 협업을 통해 친분을 쌓은 스타들은 가장 정석적인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 To Pimp A Butterfly >의 서사를 되감아 내뱉는 켄드릭 라마, 한 트랙 내에서 공존하는 대선배 마이클 맥도널드와 케니 로긴스, 곡의 무드에 어우러지는 맞춤복 같은 벌스를 준비한 퍼렐과 위즈 칼리파. 제각기 넘치는 개성을 자랑하는 아티스트지만 썬더캣의 손길 아래에선 고유의 색채를 내비치되 끝내 하나의 구성 요소로 융화된다.

짧은 호흡을 유지하면서도 앨범의 통일성과 각 트랙의 존재감을 함께 잡기 위해 많은 것이 필요치 않았다. 심장을 맡은 썬더캣의 기량과 참신한 컨셉트 두 가지면 충분하다. ‘Oh oh’의 신들린 베이스 속주에서 정상급 연주자의 면모를, ‘Lava lamp’에서 독특한 재즈 보컬의 자아를 각각 내비친 그는 자신의 재능을 누구보다 능숙하게 다룰 줄 안다. ‘취함’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곡을 묶어내는 능력 역시 인상적이다. 특히 인종 차별, 사랑과 내면의 상처라는 세 대주제를 자연스레 엮은 ‘Jameel’s space ride’부터 ‘Them changes’까지의 구간이 긴 여운을 남긴다. 낙천과 불안의 교차가 만드는 흔들림은 주정뱅이의 지껄임 혹은 비틀거림처럼 두서없는 듯하지만 결국 그 흐름을 유지하며 끝없이 이어진다.

팝은 모든 장르를 집어삼킨 다음 장점을 흡수해 재창조하는 소화력의 소유자다. 2010년대의 경우 그 대상은 단연 흑인음악이었다. < Drunk >는 동일한 원천을 공유하지만 그 방법론과 결과물 면에서 당시의 팝과 꽤나 상이하다. 한 점으로 귀결하는 대신 다양한 사운드의 맛을 살릴 것, 그러면서도 모두가 즐길 수 있게 다듬을 것, 마지막으로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 메시지를 숨길 것. 썬더캣은 이 한꺼번에 만족시키기 힘든 조건들을 기어코 완수했다. 한 우물을 깊게 판 선례는 많으나 이토록 넓은 분야를 아우른 작품은 흔치 않기에 오늘날까지 여전히 독자적인 영역을 지킨다. 오랫동안 억눌렸던 목소리가 주류를 지배한 시기, 흥청거리는 고양이가 그렇게 시간을 총총히 가로지르는 발자국을 남겼다.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

-영화 < 어나더 라운드 > 中-

-수록곡-

1. Rabbot ho

2. Captain stupido [추천]

3. Uh uh [추천]

4. Bus in these streets

5. A fan's mail (tron song suite II) [추천]

6. Lava lamp [추천]

7. Jethro

8. Day & night

9. Show you the way (Feat. Kenny Loggins & Michael McDonald) [추천]

10. Walk on by (Feat. Kendrick Lamar) [추천]

11. Blackkk

12. Tokyo

13. Jameel's space ride

14. Friend zone

15. Them changes [추천]

16. Where I’m going

17. Drink dat (Feat. Wiz Khalifa) [추천]

18. Inferno

19. I am crazy

20. 3AM

21. Drunk

22. The turn down (Feat. Pharrell) [추천]

23. DU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