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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al Rock Black
윌로우(WILLOW)
2026

by 박수석

2026.03.07

어린 시절의 호기심이란 좀처럼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고작 9살의 나이에 사뿐히 출발한 윌로우 역시 그랬다. 네오 소울로 발을 떼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록의 에너지에 심취하기도 하니, 어디로든 튈 수 있는 과도기에 걸맞은 행보였다. 그렇게 2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 < Empathogen >의 변화는 앞선 그것과 사뭇 느낌이 달랐다. 돌연 재즈의 전위성을 두르고 나타난 그는 예술가의 옷을 걸친 모습을 < Petal Rock Black >으로 재차 각인한다.

터를 찾고 나니 탐색의 시선이 내밀한 세계로 뻗어나간다. 악기 본연의 소리와 말미의 만트라(Mantra)가 인상적인 ‘Hear me out’은 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앨범을 하나의 숭고한 의식처럼 느끼게 한다. 짧은 서두로 무게감을 싣는 조지 클린턴과 재즈 색소포니스트 카마시 워싱턴, 프로듀싱을 맡은 존 바티스트 등 블랙 뮤직의 색채를 더하는 참여진도 이 사제의 기도를 충실히 거든다. 추상적인 언어가 사유의 깊이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해도 신비로움만으로 충분하다. 

확실한 개성은 역동적인 구성과 두터운 보컬의 층위에서 나온다. 이전 ‘B i g f e e l i n g s’가 그랬듯 정신없이 리듬에 빠지다가 섬세한 음성이 흩어진 집중력을 한 곳으로 모으는 식이다. 아슬아슬한 박자를 유지하는 ‘Sitting silently’는 잡았다 싶으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 버리고, 제단처럼 켜켜이 쌓은 ‘Holy mystery’의 합창은 이 위태로움을 강렬한 음악적 도취로 이끈다. 내내 이어지는 해체와 변형 덕에 은은한 긴장감이 마지막까지 팽팽하다.

생경하면서 자연스럽고, 난해하면서 매력적이다. 전작에서부터 시작된 탈태는 잠깐의 일탈에 그치지 않았다. 분명 대중적인 문법과 거리는 있지만, 내면에 오롯이 몰두하는 음악임에도 솟아나는 흡인력은 이곳에 뿌리내린 윌로우만의 음악이 긴 생명력을 가지리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무엇보다 아티스트라는 수식 대신 윌 스미스의 딸이라는 배경이 먼저 따라붙었던 그이기에 이처럼 확실한 자기 영역은 더욱 값지다. 그가 걷는 길에 대한 의문은 이제 확신에 다다랐다.

-수록곡-
1. Petal rock black (Feat. George Clinton) 
2. Vegetation [추천]
3. Hear me out [추천]
4. Play (Feat. Kamashi Washington) [추천]
5. Sitting silently
6. Not a fantasy [추천]
7. I would die 4 u
8. Omnipotent (Feat. Tune-Yards)
9. Holy mystery [추천]
10. Nothing and everything
11. Living in the heart interlude
12. Ear to the cocoon
박수석(pss10527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