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9세 어린이 수준에 알맞은 데뷔 'Whip my hair'부터 얼터너티브 록으로의 전환을 보여준 전작 < Copingmechanism >까지, 지속적인 발전과 열의에도 윌로우라는 인물의 약력에 있어 음악은 언제나 뒷전에 불과했다. Z세대 인플루언서 타이틀과 윌 스미스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비대했기 때문일까, 팝 펑크 리바이벌의 전선에 선 < Lately I Feel Everything >, 초기 히트곡 'Wait a minute!'의 성과도 뮤지션 윌로우의 존재감을 전면에 내세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 Empathogen >의 윌로우는 가능한 최대의 변칙을 시도하며 평범함을 거부, 독창성을 정면으로 조준한다. 기존 네오 소울, 얼터너티브 록 골자에 재즈의 즉흥성을 주입하고 더욱 노골적으로 내면을 향해 파고들며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시대적 배경과 발을 맞추던 기존 행보와 달리 시류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나는 일종의 독립 선언인 셈이다.
다소 노골적인 시도지만 그 어느 때보다 성숙한 표현과 촘촘한 짜임새가 변칙에 막대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그중 리드 싱글 'Symptom of life'는 경향성의 집약. 7/4박자의 불안정성에서 오는 쾌감과 마디 안에서도 몇 번을 갈아끼우는 고약한 코드 진행, 4/4박자로 돌변하며 건조하게 질주하는 코러스까지 온갖 기교와 전위를 쏟아붓지만 좀처럼 색이 흐려지지 않는다. 클로징 트랙 'B i g f e e l i n g s' 또한 마찬가지. 피오나 애플이나 레지나 스펙터처럼 괴팍하게 파고들면서도 난잡함 없이 고유의 형체를 유지한다.
자칫 작품 전체를 잡아먹을 정도의 위력이지만 < Empathogen >의 축조는 중심 트랙의 무게에 매몰되지 않을 만큼 강인하다. 하이에이터스 카이요테의 퓨처 소울로 향하는 'No words 1 & 2'의 스캣과 'Down'의 발라드, 기존 직선적 색채를 연장하는 'False self', 'Run!' 등은 물론 세인트 빈센트의 참여가 빛난 고전적 향취의 'Pain for fun'까지 트랙 저마다의 매력이 부족함 없이 드러난다. 간혹 뻔하게 다가오던 윌로우의 보컬 퍼포먼스도 다양한 색채와 화려한 구성에 힘입어 절정에 다다르는 모습. 다방면의 급진적 가지 뻗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화룡점정이다.
모든 수식어와의 안녕이다. 'Wait a minute!'의 원 히트 굴레도, 윌 스미스의 딸이라는 선입견도 이젠 무의미하다. 그 어떤 조류와도 비교를 거부하는 굳은 심지 < Empathogen >의 고압적 퍼포먼스로 윌로우는 목격 그 자체만으로 즐거운 예술가적 독립에 도달한다.
-수록곡-
1. Home (With. Jon Batiste)
2. Ancient girl
3. Symptom of life [추천]
4. The fear is not real [추천]
5. False self [추천]
6. Pain for fun (Feat. St. Vincent) [추천]
7. No words 1 & 2
8. Down
9. Run! [추천]
10. Between I and she
11. "I know that face."
12. B i g f e e l i n g s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