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온 방향 전환의 순간이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그룹에 으레 따라붙곤 하는 선입견을 깬 데뷔 EP < Eternalt >는 악기의 질감을 살리는 단출한 구성에 한국어 노랫말을 덧붙임으로써 클로즈 유어 아이즈라는 팀의 정체성을 제시했다. 후속작 역시 수록곡 ‘ㅠ’와 ‘왼손에는 버블티’로 기존의 매력을 유지하는 한편 하우스의 요소를 접합한 ‘Snowy summer’가 변화의 이정표가 되었다. 이어 4개월 만에 내놓은 < Blackout >의 커버 아트와 제목이 암시하는 어두운 분위기가 곧 이들의 새로운 색채를 단번에 표상한다.
두 타이틀이 탈바꿈의 과정을 스펙트럼처럼 그려낸다. ‘Paint candy’의 연장선에 위치한 ‘X’는 꿈틀대는 베이스를 전면에 내세운 후 드럼을 세세히 배치해 자연스러운 리듬감을 만들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는 대선배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그의 솔로 초기작이다. 전작에서 는 뉴 잭 스윙을 시도하였으니 댄스 뮤직 보이밴드의 시간선을 충실히 따라가는 중인 셈이다. ‘2.0’과 ‘Who’s dat? (Jane Doe)‘ 또한 강렬함은 다소 덜하나 최대 강점인 가창력을 각각 속도감 있고 감미로운 알앤비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첫 새 의상은 총체적인 성공에 가깝다.
카자흐스탄 출신의 하우스 DJ 이만벡(Imanbek)이 거든 ’Sob’은 반대편에서 더 급진적인 물결을 탄다. 팬데믹 시기 리타 오라와 알렌 워커 등의 스타들과 함께 바이럴 히트를 거둔 조력자는 어중간한 타협보다 온전한 투영을 택했다. 2010년대 중반 K팝을 연상케 하는 정직한 빌드업과 직선적인 드롭이 멤버들의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로 사용한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한쪽의 영향이 막대하다. 이는 영어 위주의 단순한 훅과 합쳐져 본래의 개성을 대부분 소거하는 결과를 낳았다. 동일한 기조를 가져가면서도 ‘ㅣ’ 라이밍을 폭넓게 사용한 래핑이 빛난 ‘Chic’과 견줄수록 두드러지는 간극이다.
언젠가 빼 들어야 하는 외연 확장이라면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나아가는 편이 낫다. 그러한 면에서 < Blackout >은 이른 시점일지라도 변모를 주저하지 않았기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아야겠다. 지난 이즘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완전히 바뀐 콘셉트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상황, 2025년 한 해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왕성히 활동하였음을 감안하면 미완의 구역도 결국 채워지리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너른 캔버스를 일찍이 확보했으니 이제 마음껏 칠해내는 일만 남았다.
-수록곡-
1. X [추천]
2. Sob (With Imanbek)
3. Chic [추천]
4. 2.0
5. Who’s dat? (Jane Doe)
6. X (English v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