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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t
클로즈 유어 아이즈(CLOSE YOUR EYES)
2025

by 한성현

2025.04.30

편안하다. 어쿠스틱 기타와 힘을 주지 않은 보컬로 단출한 구성을 꾸린 오프너 ‘Close your eyes’부터 마지막 ‘사과가 하늘로 떨어진 날’까지 담백함이 음반 전체를 감싼다. 거센 리듬에 대한 반작용이 ‘청량’으로 모아지는 보이그룹 판도 속 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첫 EP < Eternalt >는 안락함을 최우선으로 내세운다. 철저한 무자극의 승이다.

투표 시스템으로 인해 유기적인 멤버 편성을 크게 기대하기 힘든 게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딜레마다. 그룹을 배출한 방송 < PROJECT 7 >의 모토였던 ‘조합’이 헛되지 않게, 다국적 팀이라는 약간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가창에서는 어느 하나 겉도는 목소리를 찾기가 힘들다. 잠깐씩 등장하는 굵은 톤의 랩도 특별하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꼼꼼한 디렉팅의 산물이다.

음반을 정의하는 것은 언플러그드에 가까운 사운드 설계가 제시하는 풋풋한 심상과 안정된 알앤비 보컬이 이루는 정반대의 하모니다. 지지기반은 K팝 내부를 참조했다. 전자를 대표하는 첫 두 트랙은 < Windy Day > 시기 오마이걸의 싱그러운 악기 운용을, 타이틀곡 ‘내 안의 모든 시와 소설은’의 작법은 데뷔 초 샤이니를 닮았다. 선배들의 개성파 정신을 본받은 음악의 최종 매듭은 가사다. 문학적인 단어 선정으로 한국어 가사의 장점을 취하는 동시에 지나치게 감성에 빠져들지는 않아 어리숙함을 잡아냈다.

그 결과 K팝의 경계와 진입장벽이 허물어진다. ‘아이돌’이라는 말 자체에 뚜렷한 정체성의 의미가 옅어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 Eternalt >는 흔히 생각하는 K팝보다 오히려 봄철 페스티벌에서 볼 수 있을 싱어송라이터나 인디 팝과 더 비슷하다. 1990년대 영국 브릿팝의 무드를 풍기는 ‘사과가 하늘로 떨어진 날’의 베이스라인은 국내 밴드 시장의 흐름까지 일부 포용하기도 한다. 해외 일렉트로닉 신과의 교류 위주로 돌아가는 대다수와는 다른 이런 확장 방식이 반갑다.

가장 괄목할 지점은 퍼포먼스가 그룹을 보완하되 필수 구성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이들도 무대 위에 올라 춤을 추고 카메라로는 숏폼을 위한 댄스 챌린지를 찍지만 적어도 듣는 동안 < Eternalt >는 음악 그 자체로 완결된다. 눈으로 보면 더 재밌지만 원래 음악은 귀만으로도 충분한 것 아닌가. ‘Close your eyes(눈을 감아)’, 입에 잘 안 붙기는 해도 의미만은 명쾌한 이름이다.

-수록곡-
1. Close your eyes
2. 너를 담은 이 영화에 나의 가사가 자막이 돼
3. 내 안의 모든 시와 소설은 [추천]
4. 빗속에서 춤추는 법 [추천]
5. 못 본 척
6. To the woods
7. Stay 4 good [추천]
8. 사과가 하늘로 떨어진 날 [추천]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