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사랑이라 불린
정승환
2025

by 이재훈

2026.02.04

하나의 장르 안에서만 머무르기에는 그 재능이 무궁무진하다. < K팝스타4 >에서 준우승한 시점부터 10년 넘게 정통 발라드의 후계자로 공고히 사랑받은 정승환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J팝 스타일로 청량함과 애틋함을 적절히 배합한 ‘에필로그’가 다른 이가 아닌 본인 손에서 나왔으니 말이다. 전역 후 7년 만에 발매한 정규 앨범의 기조도 외연을 넓히려는 생각을 바탕에 두었다. < 사랑이라 불린 >에서 그는 언제나 중심이 되는 목소리를 기반으로 기존의 틀에 머무르지 않으려 노력한다.


정규작의 무게감에 걸맞게 참여진이 화려하다. 그들의 최우선 과제는 맞춤 정장을 제작하는 일. 이미 검증을 마친 이름들은 주어진 과업을 어렵지 않게 완수했다. 최근 아이유와의 협업을 이어가는 서동환은 정승환과 2019년부터 맞춘 호흡을 자랑하며 인트로 ‘사랑이라 불린’에서 허밍만으로 음색을 부각한다. 먹먹한 바탕은 강지원이 참여한 트랙 ‘앞머리’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소속 밴드 미드나잇 조깅 클럽이나 어쿠스틱 기타를 기반에 두고 트렌디한 사운드를 들려준 개인 작업물과 판이한 장르임에도 어색함 없이 정통 발라드를 제작했다. 


초반부에 형성된 서정성은 분명 기대한 모습이지만 오히려 다음 지점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선택이 애매한 결과물을 초래했다. 작곡가 구름과 함께한 ‘행복은 어려워’는 이별을 말하는 가사와 충돌하는 멜로디의 미지근함부터 확고한 방향으로 전진하지 못하는 음정까지 모두 어색하다. 날씨가 개는 듯한 구성만이 곡이 가지는 의의를 빈약하게 설득하려 하지만 ‘미완성’만 이러한 흐름에 공명하고 이후 다시 발라드로 회귀하며 자기모순에 빠진다. 결국 남은 후반부에서 ‘여기까지’ 정도가 데모 버전이라는 신선함을 띄고 이외에는 대동소이한 반복을 표류하는 가운데 빛을 보지 못한다. 


항상 선호하는 영역에만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번 복귀작은 기쁜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하게 한다. 앞서 언급한 ‘미완성’은 밴드 형식이나 밝은 분위기의 스트링 사운드를 활용하는 ‘에필로그’의 공식을 따르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더불어 가창은 여전히 흔들림 없으니 마지막 조각이 되어줄 곡만 찾으면 된다. 어쩌면 밖에서 찾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 이미 정승환은 스스로 퍼즐을 맞추기도 했었다. 이번에는 어렵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사랑이라 불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수록곡-

1. 사랑이라 불린 [추천]

2. 앞머리

3. 그런 사랑

4. 행복은 어려워

5. 미완성 [추천]

6. 행성

7. 우리에게

8. 품

9. 넌 어떨까

10. 여기까지 [추천]


이재훈(sngov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