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싱겁다. 제목을 보고 K팝이 드디어 인터넷을 통한 만남, 소위 ‘랜선 연애’를 다루는구나 싶었고 그 화자가 츄이기에 더 뜻밖의 결과물을 기대했다. 예상을 한 번 더 비틀어 AI 챗봇의 시점을 빌려 쓴 가사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뮤직비디오의 부연 설명이 없으면 10여 년 전 트와이스의 ‘Likey’, 딘의 ‘Instagram’ 같은 SNS 시대 짝사랑과 크게 다를 바 없고 이를 포장하는 익숙한 레트로 사운드는 소재와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
밍밍한 반전은 사실 홀로서기의 시작부터 익숙했던 바다. ‘이대로 세상이 망해도/잘 됐어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아’라는 첫 소절에 놀랐던 ‘Howl’의 후렴은 평범한 1980년대 풍 신스팝으로 흘러갔으며 < Only Cry In The Rain >도 눈물을 그려 넣은 것에 비해 담담함 이상으로 감정을 깊게 파고드는 편은 아니었다. 나름의 시도를 꾀하나 결정적으로 변신에 임하는 자세가 소극적이니 일정한 테두리 내에 갇혀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Canary’는 마땅한 중심축이 부재한 현재 그의 상태를 보여주는 트랙이다. 높은 음역대 멜로디로 그간 자제했던 가창력을 강조했으나 무거운 퍼커션과 꺾는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쨍해진 음색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는 탓에 위태로움이 앞선다. 오히려 안정감이 느껴지는 지점은 에스닉한 리듬에 편히 몸을 맡기는 ‘Limoncello’나 ‘Love potion’ 쪽. 다만 선례가 꽤 쌓인 여타 아프로비츠 기반 K팝과 비교했을 때 후발주자로서 남들을 뛰어넘을 경쟁력까지 제시하지는 못한다.
‘Strawberry rush’가 그랬듯 발랄한 이미지를 극대화한 곡이 결국 귀에 남는다. 이달의 소녀 시절 프로젝트 싱글 ‘Heart attack’의 후속작 격인 ‘Teeny tiny heart’와 박자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Hide & seek’, 하지만 익숙함에 기운 이런 트랙이 그가 진정 바라던 바는 아마 아닐 테다. 독심술일 수는 있지만 솔로 가수로서 츄가 가진 욕심은 지금보다 커 보인다. 더 과감한 시도, 아니면 안전함? 스스로 질문하듯 하이퍼팝의 복잡함과 예쁜 아이돌 음악이 교차하는 ‘첫눈이 오면 그때 거기서 만나’와 함께 앨범은 열린 결말로 끝난다.
-수록곡-
1. XO, my cyberlove
2. Canary
3. Cocktail dress
4. Limoncello
5. Teeny tiny heart [추천]
6. Love potion
7. Heart tea bag
8. Hide & seek
9. 첫눈이 오면 그때 거기서 만나 (Loving you!)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