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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뮤직 Pt. 2: Life
잔나비
2025

by 신동규

2025.11.04

펼칠 땐 몰랐던 마무리의 중압감이 버겁다. 밑줄 치며 담아두고픈 수수한 문장도, 김도형의 호연과 주고받는 최정훈의 소리 대담도 여전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모두가 아는 잔나비만의 색채일 뿐 익숙함이란 통칭 끝에 새로운 땅은 등장하지 않는다. 결말이라기엔 설익었고, 과정이라기엔 가벼운 잔상. 그간 문체가 뚜렷한 성장 영화 혹은 에세이 같은 음악을 해왔으니 한 막의 종점에 다다라 안전하고, 평온한 온실을 즐기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명암은 확실하다. 이미 서사를 알고 있거나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곡으로만 기억하고 있다면 밝은 면이 도드라질 것이다. 물론 이 맥락에서도 둘은 쟁점이 다르다. < 전설 >의 문법과 소곡집의 어투를 빌려 앞선 파트에 덧댄 결과일 뿐 이야기를 안다는 사실과 음악의 신선도는 다른 문제다. 한편 후자의 경우 선두에 나선 ‘첫사랑은 안녕히-’만이 부유한다. 작품 전체를 품어야 선명해지는 구조 안에 접근성에 결함이 있다면 그 자체로 일부의 효용을 포기하는 셈이다. 이러한 흐름 속 옅어진 양희은과 이수현의 독보적 형상이 서로에게 아까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잘 다듬어진 소리와 가창, 노랫말이 조화롭게 버무려진 곡이 있는데, ‘여름에 관한 무용담 I’이 그렇다. 스킷을 목전에 둔 음반에서 가장 긴 트랙으로 세계관을 잇는 가사는 물론 후렴구의 차별성, 나레이션 구간에 잇따른 스트링 편곡까지 한 장의 끝에 도달했다는 포만감이 가득하다. ‘모든 소년 소녀들3: 글로리’ 또한 같은 선상에서 < 사운드 오브 뮤직 Pt. 1 >의 엔딩 크레딧을 담당했던 두 곡과의 시제 대응으로 빛나며 빈틈없는 구성을 뽐낸다. 연주의 질이나 외침의 강도는 보다 유약하나 그럼에도 지워지지 않은 ‘꿈들의 자국’의 폭이 꽤 넓다. 


매 순간을 자기만의 언어로 엮어 하나의 시절 사전을 꾸릴 줄 안다는 사실은 누구나 갖기 어려운 특장점이자 자산이다. 잔나비는 이를 지키기 위해 울타리를 쳐 영역을 공고히 해 왔다. 그 속에서 그들은 가끔씩 불안하기도 했으나 대체로 안정을 찾아 시를 쓰고 음을 새겼다. 그러다 계절이 바뀌었다. 좀처럼 서늘해진 날씨에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무언가를 지킨다던 명분에 오히려 갇혀있는 듯하다. 대중은 테두리 밖에 있다. 거리를 두고 바라본 본작의 두 청년은 이해가 필요한 고난도의 문제를 동시처럼 부르며 평화롭다 노래한다. 새롭게 허물고 나아갈 시점, 후련함은 잠깐이다. 


-수록곡-

1. 어스

2. 애프터스쿨 액티비티

3. 첫사랑은 안녕히- [추천]

4. 오 뉴욕시티

5. 잭 케루악 (Feat. 양희은)

6. 마더 (Feat. 이수현)

7. 산사람

8. 여름에 관한 무용담 I [추천]

9. 여름밤 차력쇼를 위한 TV광고: 스웨트 앤 스타더스트 (Skit)

10. 미아의 추억과 유니버스

11. 모든 소년 소녀들3: 글로리 [추천]

12. 사운드 오브 뮤직


신동규(momdk778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