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또 다른 이름은 동행이 아닐까. 잔나비의 새로운 타이틀 ‘사랑의이름으로!’는 여러 면에서 그 ‘동행’의 소중함을 전파하는 곡이다. 1980년대 팝 역사의 아이코닉한 이력을 아로새긴 주노 신시사이저를 적극 차용해 과거 시제와의 공존을 이뤄낸 것은 물론,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와의 혼성 듀엣으로 맥박의 조우를 마련했다. 사람과 음악이 한 데 머물자 모두를 품을 공간이 탄생한다. 남녀노소 각자 살아온 궤적은 다를지언정, 이 곡에서만큼은 모두가 소년 소녀의 청춘을 응시할 자격이 주어지는 듯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발을 맞춰 나아가는 두 가수의 보컬이 핵심 무기다. 존재감을 피력하기보다 시종일관 부드럽게 어우러지도록 구성한 연출, 서로의 음색을 교묘하게 맞물린 선율과 화음 모두 극적인 시너지를 만들며 주제의식을 강조한다. 동물원의 ‘널 사랑하겠어’가 떠오르는 선창 후창 구조 역시 설득력을 높이는 공신 중 하나. 여러모로 달콤한 뒷맛이 웃돈다. 사랑의 아름다움과 아이러니함을 담은 노랫말에는 달콤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의 여운이,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성에는 캐러멜의 끈끈한 추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