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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뮤직 Pt. 1
잔나비
2025

by 정기엽

2025.05.01

기존의 이들이 전기(傳記)적이었다면 본작은 사뭇 다른 전기(電氣)의 기류가 흐른다. 전자음을 부드럽게 승화하며 가벼운 질감을 만든 것. 음악을 담는 기틀이 달라져 거시적으로 많은 게 변화된 듯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창조의 기품은 여전해서, 하나의 연극처럼 이야기를 중심으로 앨범을 이끈다. 록 오페라를 스페이스 오페라로 바꾸어 더 커다란 무대에 정착을 시도했다. 업그레이드엔 필연적으로 이용자의 적응이라는 숙제가 남지만 이는 두 번째 파트에 고스란히 유보되었다.


‘모든 소년 소녀들’을 제목에 담은 두 트랙은 잔나비의 과거 궤적을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한 선물인 듯 보인다. 변신에 대한 갈망을 잠시 내려놓고 추억의 세상에 뛰어든 것. 고전적인 멜로디로 따스한 온기를 품은 ‘버드맨’과 “레이디버드”, “꿈과 용” 등 단어와 주악의 연속성이 돋보이는 ‘무지개’에서 앨범의 대주제인 음악을 잠시 지운다. 그 대신에 예전처럼 삶과 희망에 대한 문장을 채웠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잔나비의 세계관에 안녕을 건네는 느린 행진곡은 음반을 먹먹하고도 아름답게 매듭짓는다.


마지막 두 곡을 제외하곤 지향과 유지 사이 팽팽한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Pony’, < 잔나비 소곡집 II : 초록을거머쥔우리는 > 등 최근 작풍에 연한 편곡을 불어넣은 ‘사랑의 이름으로!’에서는 회고의 손을 좀 더 높게 들어주었고, ‘Flash’는 명백히 변화에 힘을 실었다. DJ 스크래치, 비트의 박동 등이 핸슨(Hanson)의 ‘Mmmbop’을 위시한 1990년대 미국 아이돌 팝을 떠올리게 한다. 레트로는 원래도 잔나비를 상징하는 키워드였지만, 1970-80년대를 겨냥하던 시대성을 달리한 셈.


접점을 봉합하며 가장 깔끔히 낸 절충안은 ‘아윌다이포유♥x3’다. 밴드 특유의 사운드스케이프를 다른 차원의 음압으로 이전시킴과 동시에 두 멤버의 장점을 잘 살렸다. 최정훈의 보컬이 효과적으로 전파하는 감정의 굴곡, 김도형이 초반과 중후반에 각인하는 시원한 기타 연주가 큰 매력을 준다. 파트 2에 이 곡 같은 복선을 많이 숨겨두었다면 1편보다 나은 2편은 없다는 통념을 깰 수 있지 않을까.


소리가 주는 즐거움에 집중해 보자는 마음이 < 사운드 오브 뮤직 > 명명의 이유라고 밝혔다. 커리어 줄곧 최정훈이 쥐고 있던 중추를 화려한 연주의 김도형과 나눠 쥔 모습을 보면, 그 목표는 충분히 달성했다. 가창이 귀를 잡아 이끈 것은 맞지만 둘이 만든 음악 공간에 오래 머무르게 한 장치는 세밀한 악기였으니. 이전까지와 이 앨범 이후 펼칠 여정은 분명히 다를 테다. 굴곡의 방향을 바꾸려면 반드시 변곡점을 찍어야만 했고, 미래를 향해 새긴 첫 점은 또렷하게 남았다.


-수록곡-

1. 뮤직

2. Flash [추천]

3. 아윌다이포유♥x3 [추천]

4. 사랑의 이름으로! (Feat. 카리나)

5. 옥상에서 혼자 노을을 봤음

6. Juno! 무지개 좌표를 알려줘!

7. 모든 소년 소녀들1: 버드맨 [추천]

8. 모든 소년 소녀들2: 무지개 [추천]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