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데뷔 이후 꾸준히 자신의 것을 만들어 가고 있는 한로로의 새 EP < 자몽살구클럽 >의 선공개 싱글이다. 커리어 상 3번째 EP로 이번 작업물은 평소 소설, 시 등 그녀가 누누이 밝혀왔던 문학에 대한 애정을 근간으로 소설과 연계하여 발표된다. “비밀을 간직한 여중생 4명이 ‘자몽살구클럽’이라는 동아리에서 만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글귀에서 이전 작품들과 같이 이번에도 역시 ‘청춘’, ‘불안’ 등을 소재로 했음을 알 수 있다.
신곡은 새 작품을 향한 기대감을 부풀리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데뷔곡 ‘입춘’ 시절부터 트레이드마크로 자리한 문학적인 가사, 대표곡 ‘ㅈㅣㅂ’에서 들려줬던 절규하는 사운드 등 한로로의 음악적 징표들이 길을 잃지 않고 제멋을 드러낸다. 묵직한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 사이 ‘끝없는 추락은 아프지 않단 걸 그녀도 알까요’ 넌지시 내뱉는 철학적 가사 또한 일품.
다만, 3분 남짓 그리 짧지 않은 러닝 타임 속 노래 안에 다채로운 서사가 표현되지 않았다는 인상도 든다. 다시 말해, 모든 걸 다 터트리기보다 살짝 호흡을 감추고 있다는 감상인데, 이는 곧 그가 곡 단위 연결성을 강화해 이번 EP를 입체적으로 꾸려내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연결된다. 음반 단위 청취를 감행했을 때, 노래의 진가가 더 잘 느껴질 것이란 배포가 새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