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로로의 한 해를 마무리 짓는 한 편의 영화에 막이 올랐다. 자우림 느낌을 자아내며 단단한 록 스타일을 선보였던 지난 첫 EP < 이상비행 >에 이어 나온 ‘하루살이’에는 기존에 그가 가지고 있던 잔잔한 감성이 다시 살아 있다. < 이상비행 >처럼 악기 하나하나에 집중해 사운드의 질감을 살린 것이 아닌, 넓게 퍼뜨린 소리로 분위기를 형성해 음악적 몰입감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그의 매력은 후자에서 더욱 빛난다.
2022년 데뷔 후 빠르게 주목받기 시작해 작년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이찬혁과 협업하며 기쁜 소식을 알렸지만, 이와 별개로 신곡은 이별을 노래한다. 슬픈 주제에 맞춰 여린 보이스가 음악을 고조시킨다. 아이러니하게도 감상을 방해하는 것 역시 보컬에 있다. 붕 떠 있는 듯 덤덤한 창법이 감정 이입보다 혼란을 일으킨다. 그가 말한 ‘이별’이 죽음, 소멸과 맞닿아 있음을 알아차린 순간, 다행히도 이 무질서는 정리된다. 곡의 후반부 거대해진 음악 속으로 옅은 잔상을 남기며 사라지는 목소리가 이를 증명한다. 잔잔한 사운드 속으로 사라져간 그를 상상하면서 그 무엇도 한로로의 청춘 이야기를 막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