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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Junior25
슈퍼주니어(Super Junior)
2025

by 정기엽

2025.07.14

오래되었다는 사실이 왕도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이 팀이 가진 미덕은 꾸준함의 지속에 있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발표한 정규 12집에 이어 열 번째 월드 투어를 예고한 저력은 성실의 증표. 명맥을 20년 이상 유지한 아이돌 그룹은 여럿 있지만, 이토록 현역 같은 에너지를 표구하는 팀은 유일하다. ‘결국 슈퍼주니어, The last man standing’(‘Superman’)이라 부르짖던 14년 전 외침이 허풍이 아니었음을 시간이 증명하는 중이다.


이토록 기록적인 성과를 이뤘다고 한들, 중요한 건 음악이다. 타이틀 ‘Express mode’는 속도감만을 남긴 채 달궈진 의중을 식게 만든다. 저음을 중심에 둔 랩은 곡 특유의 박동을 높이는 데 일조하지만, 고음은 흥을 깬다. 3분 여의 짧은 호흡 속 뽐내기 이상의 의미를 품지 못하는 내지름은 메인 보컬들인 예성, 규현, 려욱에 틈을 내어주지 않는다. 9명 모두가 빛나는 필드로는 타이틀로 경합을 벌였다는 ‘Haircut’ 혹은 뮤지컬 같은 몰입과 주고받음이 앨범 내에서 가장 뛰어난 ‘Say less’가 더 적합하다.


파란색은 시원함을 대변하는 색깔이었음을 다시금 실감한다. 리듬 기타 전주로 산뜻한 출발을 부르는 ‘Air’와 신시사이저의 포근한 울림이 진동하는 업템포 팝 ‘Delight’는 재치 넘치는 이미지와 부합하면서 이들이 가진 보컬 톤과도 어우러지는 배치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2000년대 팝 스타일이 과하게 연이어지며 “25”라는 이름이 퇴색된다. ‘D.n.a.’와 ‘Finale’도 15년 전에 발매되었어도 무리없을 일렉트로닉과 팝의 전형이기 때문. 너무 오래 바라본 푸름은 파도마저 희미하게 만든다.


10주년을 장식했던 ‘Devil’, ‘Magic’을 위시한 정규 앨범에 비하면 아쉬운 두 번째 자축이다. 경력이 탄탄한 베테랑들이기에 어느 옷이든 태는 나겠지만, 맞춤 정장에 비할 바는 못됐다. 꾸준하다는 것만도 이미 미덕이긴 하지만, 걸맞은 곡 수급까지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지 않을까. 멤버들이 가진 보컬 톤에 맞지 않는 몇몇 존재가 새파란 물을 퇴색시켰다. 수음에 무리는 없지만 의심 없이 수긍하기엔 걸림돌이 있다.


-수록곡-

1. Express mode

2. Haircut

3. Air [추천]

4. Delight [추천]

5. I know

6. Say less [추천]

7. D.n.a.

8. Finale

9. 우리의 꽃말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