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보기 드문 구성이다. 여섯 아티스트의 곡을 담은 옴니버스 앨범인 데다가 가창이 아닌 연주가 중심에 있고 심지어 평균 곡 길이는 5분을 넘는다. 실연자를 위한 < 더 뮤지션 >의 기획자인 이선정은 대중음악이 빛날 수 있도록 땀 흘린 자를 기억하는 역사적 기록물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가장 먼저 자신이 몸담은 기타리스트 세계로 눈을 돌렸다. 좋은 취지가 바로 서니 실력자가 즐비한 이곳에서도 무게감이 남다른 명인들이 응답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모든 기타리스트가 빚을 지고 있는 뿌리. 이들을 한데 모은다면 그 본진은 마땅히 블루스여야 했다. 솔로 연주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단체곡 ‘That’s my life’는 각자의 억양으로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콜 앤 리스폰스(Call and response)’이자 악기를 성대 삼아 나누는 음(音)의 대화다. 연주자의 손끝이 줄에 맞닿는 현악기의 뉘앙스와 장인 정신으로 깎아낸 톤이 합쳐져 목소리 없이도 선율의 주인을 또렷하게 새긴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소리가 달라지는 기타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각각 고유의 진동수를 가진 기타 줄처럼 이들은 이어지는 개인 곡에 더욱 농밀한 자신만의 감도를 싣는다. 이선정의 ‘What if I’에서는 절절한 진정성이, 타미킴의 ‘Same shade of blue’에선 끈적한 솔(Soul)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Midnight drive’의 이성렬은 탁월한 감각으로 시원한 드라이브를 멜로디에 녹이고 ‘Back to the future’의 이근형은 동명의 영화를 상기시키며 강렬한 기타 리프로 헤비메탈 밴드 ‘작은하늘’ 시절의 에너지를 되살린다. 환상적인 강약 조절로 일렉트릭 블루스의 참맛을 보여준 찰리 정의 ‘Slow dance’와 퓨전재즈를 기반으로 고급스러운 그루브가 무엇인지 몸소 보이는 샘 리의 ‘Ghetto funk’까지, 스펙트럼은 넓고 밀도는 높다.
< 더 뮤지션 >은 어려워도 누군가 한 번쯤 시도해야 할 과업을 해냈다. 연주자의 재조명, 베테랑들의 협업 등 짚어야 할 외적 요소도 많겠지만 결국 핵심엔 좋은 음악이 있다. 구태여 참여진의 이름값을 언급하지 않아도 이들이 전하는 음정과 구절은 명성의 후광 없이 그 자체로 빛난다. 여기서 다시금 깨닫는 하나의 사실. ‘뮤지션’은 오직 음악으로 말할 뿐이다.
-수록곡-
1. That’s my life [추천]
2. What if I (이선정)
3. Midnight drive (이성렬) [추천]
4. Ghetto funk (샘 리)
5. Same shade of blue (타미킴)
6. Back to the future (이근형)
7. Slow dance (찰리 정)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