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The Dreamest
권진아
2025

by 김태훈

2025.05.29

꾸준함은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동력이다. 자신의 음악 세계를 넓히고자 지속적으로 고민한 아티스트 권진아의 3집 < The Dreamest >는 그 꾸준한 성찰의 실질적인 첫 증표다. 범용성이 넓은 본인의 보컬 역량을 토대로 최대한 다양한 스타일을 담고자 노력한 흔적이 작품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가을 감성 발라더라는 수식어에 맞게 차분한 정서로 가득했던 데뷔작 < 웃긴 밤 >이나 재지한 스타일을 첨가한 소포모어 앨범 < 나의 모양 >과 비교해 보아도 가장 유연한 확장이다.


'새 발자국 (Turning page)'부터 결의가 드러난다. 선명한 비트와 아름다운 피아노 사운드를 중심으로 희망적이고 설레는 꿈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멜로디나 구성은 무난하지만, 인트로 역할로서는 적절하다. 다만 그 뒤에 등장하는 '재회'와 '놓아줘'는 익숙한 질감의 발라드고, '오늘은 가지마' 역시 일반적인 얼터너티브 알앤비다. 이는 그의 음악적 뿌리이자 기존 강점이다. 독특한 요소는 없지만, 부실함도 있을 수 없는 안정적인 기본기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동안 다양한 알앤비를 시도해 오며 자신의 색깔을 찾아왔던 만큼, 선명하고 개성적인 비트와 그루브를 담은 곡으로 그 특색을 강화한다. 1990년대식 컨템포러리 알앤비의 레트로 감성을 접합한 'Stillmissu'는 자칫 의도치 않은 키치함으로 빠질 수 있는 기획임에도 훅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피아노 멜로디와 보컬의 매력이 위험을 덮는다. 'Naughty train'은 역동적인 비트와 몽롱한 톤의 보컬 테크닉을 들려주는 곡으로, 여러 스타일에 알맞게 자신의 보컬을 적용할 수 있는 노련함이 드러난다.


'Wonderland'는 이번 작품을 넘어 권진아의 커리어 전체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수작이다. 그루비한 베이스가 이끄는 풍성한 세션의 밸런스, 진중하면서도 밝게 꿈을 노래하는 가사, 선명한 훅 포인트, 그리고 안정적인 멜로디 위에서 아름답고 편안하게 흐르는 보컬까지, 즐거운 포인트로 가득 채운 보편적인 행복의 맥시멀리즘 팝이다. 반면 미니멀한 'Love & hate'는 애절한 감정을 품은 어쿠스틱 발라드로, 보컬의 호소력 자체는 깊으나 멜로디와 세션 구성은 정석적이고 평탄해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오히려 다음 트랙인 '어른이 된 아이'가 점진적인 구성과 진솔하고 깊은 가사로 높은 흡입력을 보유한 숨은 보물이다.


크게 보았을 때 < The Dreamest >의 세계는 하나로 이어진 대륙보다는 군도에 가깝다. 각각의 땅은 대체로 풍요로우나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개별적으로만 빛나고 있다. 꿈이라는 메인 테마는 모든 트랙을 선명하게 관통하지 못하고 희미하게 떠다닌다. 분리된 섬들을 이리저리 여행하며 발자국을 남기는 여행자 권진아의 목소리 자체는 어느 곳이든 잘 녹아들긴 하나, 일관되지 않은 분위기와 감정이 계속되는 여정은 필연적으로 약간의 혼란과 피로감을 불러온다.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한정된 공간을 넓혀나가며 꾸준히 노력한 결과, 확장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나 이내 새로운 문제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한 작품 내에서 여러 방면으로 다양함을 추구하면 유기적 구조는 필연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거시적으로 작품을 살피다 보면, 각 트랙 속의 멜로디나 구성의 아쉬움이라는 미시적 문제들이 뒤늦게 떠오르기도 한다. 이 조율의 과정은 기약 없는 긴 시간을 요구하지만, 언젠가 닿을 그 끝에서는 숙성된 포도주처럼 깊고 진한 마스터피스의 탄생이 이루어진다. 이번 작품은 균형 잡기의 첫 번째 도전으로서 많은 의미가 생겼다.


-수록곡-

1. 새 발자국 (Turning page)

2. 재회

3. 놓아줘

4. 오늘은 가지마

5. Stillmissu [추천]

6. Naughty train

7. Wonderland [추천]

8. Love & hate 

9. 어른이 된 아이 [추천]

10. 널 만나려고 

김태훈(blurrydayo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