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팝스타 시즌3 >의 히로인에서 안테나뮤직 소속 아티스트로 거듭난 권진아의 데뷔작이다. 샘 김(Sam Kim), 이진아의 배턴을 이어받아 정규앨범을 발매한 그는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음악인으로서의 발걸음을 뗐다. 붉은색 조명으로 장식한 잘 빠진 앨범커버 사진은 가을 감성과 썩 어울려 음반의 흥취를 돋운다.

인트로(Intro) 격의 ‘지그재그’를 통해 < 웃긴 밤 >의 주제를 엿볼 수 있다. 앨범 전반적으로 어리숙한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진실한 사랑을 갈구하기도 하고, 믿었던 사랑으로부터 배신당하기도 한다. 여기서 ‘웃긴’은 상대방에 대한 비웃음이 될 수도, 스스로에 대한 자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비교적 담백하게 편성한 편곡 구성은 알앤비를 기조로 한 화자의 노랫말과 어우러지며 꽤 설득력 있는 서사를 만들어낸다.

타이틀 곡 ‘끝’은 단연 돋보인다. 캐치한 멜로디, 쉽게 공감할 만한 가사에 더해진 보증된 프로듀서 윤석철의 덧칠은 곡의 완성도를 높인다. 특히 권진아의 부드러운 음색은 전형적인 라디(Ra.D)풍 노래와 조화를 이루어낸다. 선우정아가 프로듀싱한 ‘그녀가 되길’에서는 갓 성인이 된 가수의 목소리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의 원숙함으로 곡을 적절히 소화한다. 이렇듯 능숙한 보컬을 선보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부자연스러운 문법의 전달방식이다. 앨범 전체에 걸쳐 비일관적인 가사 형식은 뮤지션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유희열, 라디(Ra.D), 선우정아 등의 전면적 지원사격은 음악의 품질을 향상시켰지만 권진아 본연의 색을 발현시키긴 어려웠다. 불완전한 20살의 사랑 이야기는 많은 대중들의 공감을 샀지만 타의에 의한 온전치 않은 맥락은 통일감을 잃었고 진솔함을 흐렸다. 백예린, 백아연, 이진아의 교집점 어딘가에 자리잡은 듯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그만의 표현방식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수록곡-

1. 지그재그

3. 쪽쪽

4. 야! (Feat. Babylon)

5. 다 알면서... (Feat. 박재범)

7. 스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