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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 come on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
2025

by 신동규

2025.04.24

익숙함과 생경함의 교차 혹은 대치. 새 작품은 컨트리를 다룰 것이라는 예고의 첫 조각 ‘Henry, come on’은 초입부터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의 가창과 결을 함께 한다. 방식과 전개 모두에서 영향을 부정하지 않는 모습은 낯선 곳으로 향하는 길목을 비춘다. 반면 후렴구는 자신의 곡 ‘Summertime sadness’의 선상에 위치하는데, 스케일의 차이는 존재하나 비교적 친숙한 이미지를 담아 개성 부재의 부담을 덜어낸 형상이다. 


이렇듯 선택적 대비가 본유의 목소리와 결합해 빛날 수 있던 건 적어도 이 곡에서만큼은 작곡과 제작의 공이 크다. 루크 레어드와 드류 에릭슨이란 이름은 각각 컨트리 음악과 라나 델 레이를 좋아한다면 낯이 익을 테다. 전자는 앞서 언급한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는 물론 팀 맥그로우, 에릭 처치 등의 곡을 쓰며 2010년대 신을 대표한 작곡가이고, 후자의 경우엔 직전 두 앨범의 프로듀서로 같이했기 때문이다. 


좀처럼 접점이 없던 두 히트 메이커가 빚어낸 ‘Henry, come on’은 그래서 특별하다. 기존 음악의 잔상과 새 장르로의 도전이 동시에 비치는가 하면, 스틸 기타를 통해 내내 컨트리 환경을 주조하면서도 스트링 사운드를 앞세우며 팝의 색채를 놓치지 않는다. 재료 자체의 선도가 뛰어나니 별다른 조미료 없이도 깊은 맛이 나는 것이다.

신동규(momdk77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