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이 비정기적으로 미처 리뷰하지 못했던 작품을 되짚어봅니다. 이번 리뷰는 이즘에서 ‘2021 올해의 팝 앨범’으로 선정한 저스틴 비버의 < Justice >입니다.
이처럼 세간의 평가가 극적으로 변한 커리어도 드물다. 단지 청소년층 인기를 휩쓴다는 이유로 < My Worlds >라는 좋은 앨범을 냈음에도 전세계에서 “믿고 거른다”는 조롱을 받던 그가 여러 사건을 거친 뒤 2015년 < Purpose >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뮤지션으로 거듭났다. 이러한 재기는 음악이 좋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응하는 피드백이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싹틔울 터. 귀감이 된 저스틴 비버는 자신에게 주어질 ‘공정’한 대우를 이 앨범으로 다시 공고하게 빚었다.
악동이 약동할 것 같은 이미지는 첫 곡을 재생함으로써 씻어내려 간다. 온갖 이슈와 더불어 ‘Stay’, ‘What do you mean?’, ‘Boyfriend’ 등의 싱글로 이 뮤지션을 접해 온 이들에게 그런 시각이 무리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저스틴 비버는 차분한 R&B에 능통한 가수다.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웠던 첫 음반 < Journals >의 짙은 새벽 향취는 그의 음악 세계를 반영한 좋은 예시. 실제로 이후 발표한 세 장의 대표작 < Purpose >, < Changes >, < Justice >가 모두 잔잔한 분위기를 키포인트로 잡는다.
2011년부터 비버와 합을 맞춘 음악가 하비(Harv)와 여전히 끈끈한 조화를 보인다. 일렉트릭 기타와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결집이 아름답게 맞아떨어진 ‘Somebody’, 그리고 2021년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Peaches’가 그 결과물이다. 특히 ‘Peaches’는 그해 멋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은 모든 곳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여유로운 바다를 연상케 하는 선율을 가졌음에도 다른 곳보다 트렌디한 성수동이 떠오르는 이유는 이것이다. 당대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멋을 정확히 포착한 덕인 셈으로, 동명의 문화공간이 거기 있어서뿐은 아니다.
커다란 흔적을 남긴 복숭아에 여운이 남는다면 나이지리아 가수 버나 보이와의 ‘Loved by you’도 좋은 선택지다. 베이스와 쪼개는 박자 리듬감이 일품인 가운데 두 목소리가 부르는 느긋한 멜로디가 활개치기 때문. 이렇듯 게스트 초빙도 트랙 전개에 한몫을 더했다. 같은 음계를 다르게 표현해 벌스마다 다른 맛을 주는 신스팝 ‘Die for you’, 제목처럼 가스펠을 적극적으로 쓴 ‘Holy’에 각각 도미닉 파이크와 챈스 더 래퍼가 참여하며 음악을 빛냈다. 물론 결코 비버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혼자 플레이어로서 ‘Off my face’ 같은 어쿠스틱한 곡을 이끄는 데 성공했으니.
“정의를 위해 움직이기를 거부했을 때 당신은 이미 살아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앨범 중앙부 인터루드에 삽입된 마틴 루터 킹의 연설이다. 많은 곡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태도와 일치하며 개인적인 이야기와 영향력을 이용해 메시지를 훌륭하게 전달한다. 너무 어린 나이에 일찍이 얻어버린 유명세 탓인지 사고뭉치 캐릭터를 쉽게 지울 수 없지만, 그런 그도 벌써 결혼을 한 가장이며 30대다. 어릴 적에 좌충우돌을 겪었다고 해서 어른이 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비버가 실천한 정의는 그간의 경험으로 축적한 본질을 설득력 있는 노래에 담으며 만든 성숙함에 있다.
-수록곡-
1. 2 Much
2. Deserve you
3. As I am (Feat. Khalid)
4. Off my face [추천]
5. Holy (Feat. Chance the Rapper) [추천]
6. Unstable (Feat. Kid LAROI)
7. MLK interlude
8. Die for you (Feat. Dominic Fike) [추천]
9. Hold on
10. Somebody [추천]
11. Ghost
12. Peaches (Feat. Daniel Caesar & GIVĒON) [추천]
13. Love you different (Feat. Beam)
14. Loved by you (Feat. Burna Boy) [추천]
15. Anyone
16. Lonely (With. Benny Blan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