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Swag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2025

by 박수석

2025.08.11

예고는 하루면 충분했다. 발매 전날 세계 각지의 전광판에 < Swag > 한 단어만 띄웠을 뿐 별다른 언질이나 선공개 곡 없이 기습적으로 돌아왔다. 너절한 홍보 따위 필요 없다는 자신감을 증명하듯 본작은 빌보드 앨범 차트 최고 2위에 더해 싱글 차트에도 여러 곡을 안착시키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언제나 트렌드의 선봉에 자리하던 그에게 낯설지 않은 환대다.


알앤비 팝의 기조를 유지하되 한층 차분하다. 30대에 접어들며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모습이 음악에 녹아든 것. ‘Daisies’와 ‘Yukon’을 비롯, 로우 파이 톤이 조성하는 전반의 아늑함은 가족으로부터 그가 얻은 내면의 평화와 상통한다. 캐치함을 덜어낸 정적인 분위기임에도 최대 강점인 팝 감각은 이따금 존재감을 드러낸다. 각각 멜로디와 훅이 인상적인 ‘Walking away‘, ‘Sweet spot’은 국내에서도 쉼 없이 재생된 ‘Peaches’나 ‘Stay’만큼의 파괴력은 아니지만 어느샌가 후렴을 흥얼거리게 하는 저력이 있다.


익숙함 위로 비치는 새로운 모습이 흥미를 유발하지만 결과적으로 소극적 탐색에 그친다. 나쁘지 않은 출발 이후 중반부는 곡이 바뀌는 지점을 알아채지 못할 만큼 무난히 흘러 지나간다. 래퍼 거너(Gunna), 릴 비(Lil B) 등 게스트들의 지원도 반전을 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팝이라기에는 직관적인 매력이 부족하고 작가주의적이라기에는 실험성이 부재한 상황. 불분명한 갈피 속에서 망설이는 사이 트랙의 흡인력은 점차 떨어진다.


흐릿해지던 몰입도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다시 선명해진다. 프로듀서 디종(Dijon)이 함께한 ‘Devotion’은 나른한 기타 선율과 솔(Soul)로 어떤 곡보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 동류의 온기는 미완의 시도에서도 감지된다. 데모 형식으로 짧게 수록된 ‘Glory voice memo’와 ‘Zuma house’는 정통 알앤비 색이 짙은 보컬 역량을 끌어내며 하나의 온전한 트랙으로 감상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앨범을 감싸던 따뜻한 질감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깨닫는 순간이다.


아티스트로서의 다음 장을 펼친다. 10년 전 < Purpose >가 그를 소녀들의 아이돌에서 범대중적인 팝스타로 격상시켰듯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한 발판인 셈이다. 그때처럼 극적인 전환이 이루어졌다면 좋았겠지만 이번에는 가능성과 한계를 교차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정확히는 절반을 웃도는 성공이라 해야겠다. 팝스타의 외피를 걷어 내도 흘러나오는 담백한 멋이 낙관적 미래를 어렴풋이 그린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정체하지 않았다는 점. 흐르는 물은 언젠가 새 물길을 튼다.


-수록곡-

1. All I can take

2. Daisies [추천]

3. Yukon

4. Go baby

5. Things you do

6. Butterflies

7. Way it is (Feat. Gunna)

8. First place

9. Soulful (Feat. Druski)

10. Walking away [추천]

11. Glory voice memo [추천]

12. Devotion (Feat. Dijon) [추천]

13. Dadz love (Feat. Lil B)

14. Therapy session (Feat. Druski)

15. Sweet spot (Feat. Sexyy Red) [추천]

16. Standing on business (Feat. Druski)

17. 405

18. Swag (Feat. Cash Cobain, Eddie Benjamin)

19. Zuma house

20. Too long

21. Forgiveness (Feat. Marvin Winans)

박수석(pss10527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