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Paradise States of Mind
포스터 더 피플(Foster The People)
2024

by 정기엽

2024.12.31

밴드라기보다 변화를 시도하는 작곡가 집단에 가깝다. 네 번째 정규작을 발표하기까지 모든 앨범의 장르가 다르다. 일렉트로닉 팝, 록, 힙합 및 서프 록으로 채운 1집부터 3집 그리고 팬데믹 시기 비대면 작업으로 사이키델릭 음악을 담은 EP까지. 이번 작품은 디스코와 펑크(Funk)를 담으며 방향을 전환한다. 멤버 두 명의 탈퇴는 독으로 통하지 않고 오히려 스타일에 자유를 불어넣었다. 전자음을 차용하던 색채가 플루트, 오르간 등 악기 세션을 동반하며 보다 아날로그에 다가갔다.


중심 멤버인 마크 포스터는 2020년대와 1970년이 사회, 문화적으로 닮았다고 생각하며 그 시대 음악을 탐구했다. 쉭, 프린스, 아바 등 당대 뮤지션을 참고하며 작업했음을 팬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알렸다. 리드 싱글 ‘Lost in space’ 및 ‘See you in the afterlife’ 등의 디스코 리듬은 영향 받은 아티스트를 착실히 공부한 결과물이다. 앨범 전반에 낙관적인 흥겨움과 당대 음악의 흔적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장치로 자리매김한다.


몇몇 악기 운용, 창법 등은 상기 언급한 뮤지션들을 빼닮았다. 하지만 단순히 복사하기에서 멈추지 않고 현악기 선율로 차별점을 만든다. 초반의 신나는 분위기를 이끈 세 곡 뒤로 차분하게 흐름을 잇는 ‘Let go’가 본보기이다. 후반에 달해 화음이 멎고 스트링이 번질 때 영화적 순간이 도래한다. 음악을 통해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고자 한 이들의 신념을 이 곡이 잘 표현한다. 듣는 사람들은 단숨에 입어본 적 없는 연미복을 몸에 두르고 여린 춤을 춘다.


현악을 매개로 하여 도달하는 ‘Feed me’에서 한풀 벗겨낸 디스코 리듬으로 회귀한다. 다만 포스터 더 피플과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이들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 순간이다. 반드시 팀의 소리로만 채워야 한다는 강박 없이 마음대로 전개한 음악이 지닌 힘은 앞뒤 곡들과 좋은 조화를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Feed me’와 동시에 돋보이는 곡은 ‘Glitchzig’이다. 이들의 작법은 정석을 고려하지 않아 되레 아름답다. 아이들이 놀이에 사용하는 공처럼 이리저리 튀는 탄성을 가졌다.


스트리밍 시대에 나온 음반이지만 옛 잔향을 가득 머금었다. LP가 그러하듯 처음 듣는 이들에겐 생소한 세계를 열고,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은 추억에 잠겨 들 만한 결과물이다. 마치 시티팝 열풍에 발맞춘 몇 해 전 음악처럼, 빈티지로 거듭난 소리에의 골똘한 연구가 앨범에 가득하다. 포스터 더 피플이 조성한 사운드 디자인이 학교 매점에 덕지덕지 붙은 포스터처럼 묘한 향수를 부른다. 열한 트랙에 차오른 높은 재현성이 흥행한 시대극처럼 몰이해를 뚫고 몰입에 도달케 한다.


-수록곡-

1. See you in the afterlife [추천]

2. Lost in space [추천]

3. Take me back

4. Let go [추천]

5. Feed me [추천]

6. Paradise state of mind

7. Glitchzig [추천]

8. The holy Shangri-La

9. Sometimes I wanna be bad

10. Chasing low vibrations

11. A diamond to be born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