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Torches
포스터 더 피플(Foster The People)
2011

by 정민재

2015.03.01

밴드의 프론트 맨 마크 포스터(Mark Foster)와 아이들이란 의미로 시작된 포스터 더 피플(Foster The People)은 'Foster and The People' 시기를 거쳐 중간 and가 빠진 지금의 이름으로 정착했다. 이들의 데뷔 싱글 'Pumped up kicks'는 다소 차갑고 잔혹한 내용의 가사에도 불구하고, 단순하고 흥겨운 비트와 중독성 강한 멜로디를 앞세워 오디션 참가자에서부터 토크쇼에 출연한 톱스타들까지 남녀노소 모두를 흥얼거리게 했다. 결국 밴드는 이 곡으로 2011년도 빌보드 연말 결산 싱글차트에서 13위를 차지하며 그 해 400만에 가까운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상업적 성과도 거두었다.

밴드의 데뷔 앨범 < Torches >는 리드미컬한 퍼커션과 현란한 전자음이 어우러져 적당히 몸을 흔들기 좋은 신스 팝을 짧고 단순한 구성의 트랙으로 담아내며 EDM 일색의 댄스 플로어 정 중앙에 꽂아 넣는다. 듣는 이의 귀를 단숨에 사로잡는 캐치한 멜로디는 이들이 가진 최고의 무기다. 동시에 최신 유행의 일렉트로니카가 아닌 80년대 신스 팝, 더 올라가 60년대 사이키델릭을 연상시키는 질감의 전자음 세계는 주류 문화를 거부하는 '힙'한 근래 소비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그런 면에서 첫 트랙 'Helena beat'은 확실히 인상적이다. 드라이브감이 살아있는 드럼과 연이어 쏟아지는 현란한 전자음 속에서도 “Yeah, yeah, and its okay”를 외치는 마크 포스터의 가성은 생생하다. 벌스(verse)와 훅에서 보컬에 각각 이펙터와 리버브(reverb)를 사용해 퇴폐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녹여낸 리드 싱글 'Pumped up kicks', 따뜻한 텍스쳐의 일렉트로니카와 재지(jazzy)한 피아노 컴핑(comping)이 조화를 이루며 '그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어요' 라고 말하는 달콤한 러브송 'I would do anything for you' 역시 잔상이 오래 남는다.

앨범의 백미는 사라지기 마술에 능했던 헝가리의 전설적인 마술사 해리 후디니(Harry Houdini)를 모티브 삼은 'Houdini'다. 자신을 억누르는 스트레스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가사는 묵직한 피아노와 비트, 마크 포스터의 산뜻하면서 음울한 보컬과 어우러져 생명을 얻는다. 절정으로 향해가며 경쾌한 신시사이저 리프 위에 또 다른 전자음 조각들과 오직 네 능력에만 집중하라며 독려하는 코러스가 켜켜이 쌓이자 소리의 카타르시스가 만들어진다.

데뷔 싱글을 그 해의 메가 히트송 반열에 올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이들의 데뷔 앨범은 그들이 단순히 원 히트 원더로 끝나지 않을 밴드라는 사실을 보여줬고, 새로움을 찾고 있던 대중들과 숨어 있던 히피들, 올드 신스팝과 사이키델리아에 향수를 느끼던 올드 팝팬들까지 한 번에 사로잡았다. 유명 프로듀서들이 양산해낸 비슷한 댄스곡들이 판을 치던 시대에 포스터 더 피플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수록곡-
1. Helena beat [추천]
2. Pumped up kicks [추천]
3. Call it what you want
4. Don't stop (Color on the walls)
5. Waste
6. I would do anything for you [추천]
7. Houdini [추천]
8. Life on the Nickel
9. Miss you
10. Warrant
정민재(minjaej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