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의 뿌연 안개 사이로 모든 것이 흐릿하다. 텀을 길게 잡은 평탄한 선율도, 직관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모호한 노랫말도, 모두 선명하게 잡히지 않고 사르르 흩어진다. 대신 의도가 명확하다.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을 훅으로 이미지를 각인한 ‘가시나’나 ‘사이렌’을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표현력을 넓혀보려는 시도다.
다만 ‘상업적 코드’의 의도된 빈자리를 대신 채워 줄 다른 무언가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몽환적인 비트 위로 중저음 보컬의 매력이 강조되기는 하지만, 그 힘이 곡을 책임질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반복에서 오는 중독성도 ‘치명타’까지는 살짝 못 미친다. 썩 나쁘진 않지만 이할 정도 아쉬움이 남는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