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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Moon
선미
2014

by 김도헌

2014.02.01

4년이라는 긴 시간은 그룹과 개인의 운명을 뒤바꿔놓았다. 파격적인 콘셉트 전환과 철저한 기획이 바탕이 된 '24시간이 모자라'의 성공은 한 시대에 종언을 고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만천하에 알렸다. 한 때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원더 걸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려 하고, 인기 절정의 순간에 홀연 탈퇴한 선미는 소속사를 대표하는 솔로 가수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박지윤의 '성인식'을 잇는 박진영의 새로운 섹시 돌(Doll)로서 합격점을 받은 차에 때마침 가요계도 농밀함의 무한경쟁 중이니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다.

굳히기가 눈앞이지만 성급하게 일을 그르치지는 않는다. '24시간이 모자라'를 제외한 모든 곡들이 외부 작곡가의 작품이라는 점은 그만큼 선미에게 걸린 기대가 다소 고착화된 박진영의 방식으로는 충족되지 않음을 증명한다. 몽환적인 기타 소리가 귀를 사로잡으며 분위기를 조성하는 '보름달'은 최근 정점에 올라있는 용감한 형제의 감각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매력적인 곡이다. 뱀파이어 콘셉트는 다소 뻔한 감이 있지만 매혹의 퍼포먼스 앞에선 사소한 단점이 된다. 레트로 국민 여동생이 관능의 심벌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다.

문제는 콘셉트의 구축 이외 이렇다 할 지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전하는 타이틀곡과 비교했을 때 앨범 자체의 힘은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처음 두 트랙의 관능과 '그게 너라면'같은 진부한 사랑 이야기의 공존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힘이 빠져있는 선미의 가창은 캐릭터에는 부합할지언정 노래 자체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클럽튠을 취한 'Burn', 그루브한 비트가 주도하는 힙합 곡 '내가 누구' 등 구성 자체는 다양한 편이나 특성을 살리지 못했다. 기획의 범위가 '보름달'에만 한정되어있나 싶을 정도로 정돈되지 않은 채 그저 수록되어 있을 뿐이다.

브랜드 런칭까지는 성공했지만 구체적 계획은 밑그림 단계다. '섹시'라는 기초 공사는 튼튼하게 잘 된 편이지만 그 위에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바르는 작업은 미숙하기만 하다.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비주얼 쇼크를 추구하는 현 가요계가 범하는 흔한 '기획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한 앨범이다. 달은 떠올랐지만 만월(滿月)은 아직 멀었다.

-수록곡-
1. 보름달 (Feat. Lena) [추천]
2. 24시간이 모자라
3. Burn
4. 내가 누구 (Feat. 유빈 of 원더걸스)
5. 멈춰버린 시간 (Feat. 잭슨 of 갓세븐)
6. 그게 너라면
7. 그게 너라면 (Feat. Yenny Park '핫펠트')
김도헌(zener12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