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다습의 계절에는 대개 신나고 상큼한 노래들을 발표한다. 그러나 헤이즈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소박한 일기장을 옮겨놓은 듯한 음반은 비 오는 날의 멜랑콜리를 주 감성으로 삼았다. 딘과의 듀엣으로 화제였던 작년 < And July >와는 또 다른 콘셉트이다. 특이한 현상이 있다면, 매년 여름 상위권을 장식하던 청량한 곡들이 비 소식과 맞물린 ‘이별 송’ 파워에 제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지 날씨 마케팅 덕분이었을까? 물론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음악에는 그 이상의 매력이 있었다.
헤이즈는 소녀도 성인 여성도 아닌 그 사이에 있을 법한 독특한 음색을 갖고 있다. 비슷비슷한 가수들 속 개성 있는 보컬을 지닌 아티스트가 주목받았던 것처럼, 그 또한 단 하나뿐인 목소리로 헤어짐과 그리움을 노래한다. 여기에 울적함을 머금어 대중의 슬픈 정서를 끌어내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다만 ‘널 너무 모르고’와 ‘먹구름’을 들으면 랩에서 노래로 넘어갈 때 톤에 급격한 차이가 생겨 아직은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매력적인 곡 진행과 가사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음악적 구성이 흡인력으로 작용하며 아쉬움을 보완한다.
수록곡 중 가장 좋은 여운을 남긴 건 재지한 도입부와 멜로디가 인상적인 ‘비도 오고 그래서’이다. 랩을 하듯 노래하는 느낌이 강한 헤이즈와 애절함을 안고 흐느끼듯 부르는 발라드 가수 신용재의 만남. 둘의 조합은 사실 무척이나 생소하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창법과 곡 소화 방식이 의외의 조화를 이뤄 아련한 노랫말을 적절하게 살려낸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저 별’의 레인 버전. 앨범의 처음과 끝을 모두 ‘비’와 관련한 심상으로 꾸린 만큼 차디찬 빗소리를 추가했다. 이미 발표됐던 곡임에도 불구, 쓸쓸함을 극대화한 편곡이 자못 색다르다.
센 언니 래퍼라는 첫인상을 거의 지워내고 만든 새로운 색깔이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잃지 않는 헤이즈다. 이제 그만이 풍길 수 있는 독특한 향기가 앨범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싱어송라이터로 영역을 확장한 그는 점점 ‘개성파 감성 뮤지션’이라는 타이틀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이별과 그리움을 여러 방식으로 녹여내며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는 음원 강자. 시기적절한 기획으로 꾸려진 ‘비 오는 날의 일기장’은 여름이 끝나도 이따금 생각날 것만 같다.
-수록곡-
1. 널 너무 모르고
2. 먹구름 (Feat. nafla)
3. rainin' with u
4. 비도 오고 그래서 (Feat. 신용재) [추천]
5. 저 별 (rain ver.)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