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접속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비디오 파동의 주인공 백지영이 인기 전선의 타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당히 빨리 우리 앞에 나타났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란 노래의 제목이 지금도 유효하다면, 그녀는 표절시비를 받은 ‘Dash’를 부르던 당시의 모습과는 차이를 느끼게 한다. 물론 그녀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선 라틴 넘버 ‘추락’과 로버트 팔머(Robert Palmer)의 ‘Bad case of loving you’를 리메이크한 ‘Doctor doctor’로 시작했지만, ‘어제처럼’의 주인공 J의 영향덕분인지 ‘Dream’부터 이어지는 모든 트랙에서 과거 허스키한 목소리로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던 포효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오로지 R&B와 발라드의 낯선 지점에서 호소력을 견지하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정열의 살사 여인을 잃었지만, 가수라는 직업을 고수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자존심을 내버린 진정한 음악인 한 명을 얻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 가능성은 ‘기다리는 여심’의 초라한 자화상이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