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에 걸맞게 당도 높은 노래들이 가득하다. 사랑에 빠진 사람을 생각했을 때 연상되는 스테레오타입을 충실히 재현한다.
‘나만 알고 싶다’가 대표적이다. 모든 사람이 칭찬하는 상대방을 ‘나만 알고 싶다/나만 보고 싶다/아무도 못 보게 널 감추고 싶다’며 발을 구르는 가사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을 닮은 기타 커팅, 이와 동일한 호흡의 보컬, 맑은 음색의 플루트 배치를 통해 시종일관 살랑거리는 봄의 정취가 펼쳐진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재치 있게 그렸다.
이같은 공감능력은 해프닝을 포착해 극대화하는 재주에서 나온다. 앞의 곡을 거쳐 ‘시험기간 책상정리’까지 이어진다. 유독 시험기간만 되면(!) 너저분해 보이는 책상을 정리하다 지난 연인과의 흔적을 발견한다는 발상이 튄다. 탄성이 과도했는지 신선함은 정돈되지 못하고 이리저리 산발되어 어수선함만이 남는다. 메시지가 휘발되고 상황만이 남아 있는 가사, 특징 없는 멜로디 라인, 곡 전체를 통솔하는 모티브 없이 유려하게 등장하기만 하는 악기들의 선율. 우왕좌왕하는 노래를 듣다 보면 공감할 수 있는 가사가 들린다. ‘정리는 왜 시작해가지고 멈추지도 못하고….’
앨범을 가득 채운 말랑한 노래들은 가볍고 따뜻하다. 사랑이 현재진행형인 이들이라면 노래에 공감할 수 있겠다. 지난 몇 년 간 물밀 듯 쏟아진 ‘썸(some)’ 혹은 연애 초입의 조류를 탔다. 풋풋하나 사랑의 무게감을 이야기하기엔 어렵다. 서툰 모습은 음악에서도 나타난다. 들어봄직한 가사, 편곡은 매음새가 헐겁고 악기의 등장은 성급하거나 뻔하다.
이들이 만든 케이크에서는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수제 케이크보다 공장형 프랜차이즈 케이크의 맛이 느껴진다. 바로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는’ 그 맛이다. 가사는 소재의 반복을 넘어 고루하게 느껴지고, 편곡은 예측 가능한 틀 안에서 손쉽게 진행되고 있다. 획일적인 편곡의 특징이 유독 드러나는 건 ‘여기에 서서’-‘시험기간 책상정리’-‘너를 보네’의 삼단 콤보. 분간가지 않는 세 곡을 차례로 듣다보면 피로감이 생긴다. 전부 ‘그 맛이 그 맛’이다. 보편적이고 익숙하지만, 넘치는 당도와 쉽게 물리는 맛 때문에 몸에는 조금 해로울 듯.
-수록곡-
1. 나만 알고 싶다 [추천]
2. Sunshine
3. 그런 노래
4. 여기에 서서
5. 시험기간 책상정리
6. 너를 보네 (Feat. 권정열 of 10cm)
7. 우리, 여행
8. 타인이 되어
9. 잠들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