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는 래퍼’로 다수의 믹스테이프와 EP 앨범을 발매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창모. < 쇼미더머니 5 >에서 화제를 일으킨 해쉬스완, 김효은과 함께 일리네어 산하 레이블인 엠피션 뮤직의 일원으로 합류했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만들어낸 첫 음반 < 돈 벌 시간 3 >은 이전에는 없던 동료 래퍼들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그가 지금껏 뽐내왔던 머니 스웨그를 한결같이 이어간다.
돈 자랑엔 역시 트랩이 제격이다. 건반 공부를 통해 음악적 지식을 습득했을 그는 작사·작곡은 물론이고 편곡, 심지어 믹싱까지 온전히 소화해내며 트랩 비트의 기조를 형성하는데, 마치 2011년 일리네어 출범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하다. 홀로 올곧이 선 용기는 높이살 만하지만 이 정도면 반복, 답습을 넘어서 맹종에 가깝다. 그나마 ‘마에스트로’에서 그의 정체성을 구가하던 피아노의 개성도 트랩의 성향으로 귀화한다. ‘지금 이 곡 들을 때 Prima V 리듬이 느껴져도 no 표절’. ‘아이야’에 삽입된 가사 한 구절이 무색하다.
미숙하게 늘어놓은 사운드의 배열 또한 정돈이 필요하다. 곡의 스릴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보컬의 음량을 조절한 기법, 맥락 없이 덮어씌운 오토 튠과 디스토션 작법 등은 그가 지니고 있는 본연의 야성미를 증가시킨다는 면에서 당위를 부여하지만 최신 DIY 열풍에 합세한 듯한 홈메이드 프로듀싱 탓인지 비트, 목소리, 전자효과가 각각 다른 지점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피력한다. 피처링진은 2차 피해자이다.
직설적인 화법과 거친 톤은 트랩의 묵직함과 화합을 이루지만 메시지의 전달은 미력하다. 부정확한 발음과 일차원적인 단어유희, 운율의 효용을 위한 딕션은 그루브는 고사하고 우스꽝스러운 허위를 남긴다. ‘Rockstar’에서 두드러지는 끝 음절 특화 라이밍(rhyming)은 클럽 MP시절 래핑을 떠올리게 하고, ‘Bling!’ 중 ‘아 bling 손목이 bling / 아 씨 환호성 씨, 아 bling everything / 비닐 집에서 서울 집 / 이제 왕자에서 왕 king bling’ 등의 노랫말은 ‘오글거림’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비슷한 체급을 지니고 있는 저스디스(JUSTHIS)와 여러모로 비교된다. 지금이 ‘돈 벌 시간’임을 주창하며 기호지세로 달려나가는 그는 커리어 초장부터 필요 이상으로 음악적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듯하다. 어린 시절부터 배워왔다는 피아노를 구심점으로 삼아, 그만의 클래식한 힙합 감성을 발휘하기 위한 숨고름이 필요해 보인다.
-수록곡-
1. Ambition (Feat. Hash Swan & 김효은)
2. Rockstar
3. 아이야 (Feat. Beenzino) [추천]
4. My mate (Feat. myunDo)
5. Bling!
6. Ja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