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이디오테잎뿐만 아니라 글렌체크나 최근 등장한 프롬 디 에어포트 등 신스 사운드로 무장한 밴드들이 한 동안 인디씬에서 강세를 보였다. 이를 섣불리 하나의 범주로 묶는 것은 위험하지만 일렉 사운드만의 특색을 이용하여 대중의 지지를 얻어냈고 그 덕에 인디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많은 곳에서 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오랜 기간 집권하는 일렉트로니카의 열풍에 차츰 무뎌져 갈 무렵 이디오테잎은 다시 찾아왔다.
표면적인 특징으로는 이전보다 다채로워진 음색을 들 수 있겠다. 전작 < 11111101 >에서 주목을 받았던 'Even floor'와 같은 곡들이 육중한 리듬 파트의 변주로 완급을 만들어냈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힘을 빼고 다양한 소스를 취했다. 멜로디를 전면에 내세우더라도 'Pluto'나 '080509'처럼 두꺼운 질감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Airdrome'같이 현악 오케스트라의 소스를 쪼개 넣어 긴장감을 높인다든가 아예 'With the flow'처럼 선율 그 자체로 어필하는 곡도 있다.
앞서 이야기한 특이점과 무관하게 밴드의 스타일이 바뀌었단 인상은 들지 않는다. 공간감을 늘렸다가 줄이고 날카로운 질감의 사운드로 급습을 반복하는 덕에 특유의 긴장감은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변모 발전 혹은 시도들이 기존 이디오테잎의 장기와 적절히 맞물린 덕에 식상하다는 의견 외에는 섣부른 시도를 감행했다는 비판도 변한 것이 없다는 핀잔도 들을 이유가 없어졌다.
첫 앨범의 임팩트는 앞으로도 계속 어려 있을 그림자다. 그만큼 < 11111101 >은 이들의 이미지를 심어준 작품이고 팬들의 기대감도 이곳의 잔상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탄탄한 현재의 모습을 직접 그려 보여준 까닭에 애꿎은 과거를 추억할 필요는 없어졌다. < 더 지니어스 >나 < 피파 온라인 3 >와 같은 대중매체가 대표적이듯 그간 우리는 일상 속에서 종종 이디오테잎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밴드의 신곡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전작의 기능과 유희라는 두 가지 빛나는 재산은 < Tours >에서 성공적으로 상속을 마쳤다.
-수록곡-
1. Proof
2. Boiling point
3. Airdrome [추천]
4. Morn
5. Cats in my head
6. Latepool [추천]
7. Untitled #03 [추천]
8. Bullock
9. With the flow [추천]
10. Sty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