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의 조화', 어찌 보면 뻔한 퓨전이다.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와중에 누구나 생각해봤을 법하고, 잘 안되더라도 관심은 받을 수 있는, 예부터 보험 같은 클리셰였다. 오래토록 이데아는 있었지만 본질은 없었던, 상상 속 동물과 같은 개념이다. 하나도 어설프지 않았다. 아비치는 '용'을 만들었다.
'아비지옥'에서 예명을 따왔다는 아비치는 1989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태어났다. 안 어울리는 이름의 유래만큼이나 그도 의외다. 어려서부터 클럽을 다니며 턴테이블에 흥미를 느낀 여타 디제이들과 다르게 비틀즈와 엘튼 존을 들었고 기타와 피아노를 쳤다. 이 때의 감성이 후에 EDM을 접하면서 퓨전을 하리라는 욕심까지 번졌다고 한다. 최근에서야 그 꿈을 이뤘지만 전부터 비트가 아닌 멜로디와 코드를 기본으로 뒀다. 소울 충만한 샘플에 세련된 신시사이저 화음을 더해, 2011년 전 세계 클럽 신을 집어삼킨 'Levels'가 증명한다. 클러버들은 당연하고 대중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여기에 첫 정규 앨범은 어쿠스틱한 편곡을 더했다.
없던 매력이다. 포크와 컨트리의 정겨움이 하우스 뮤직과 만나 폭발하는 것을 감상할 수 있다. 멜로디에 서사가 있고, 그 아름다움에 역동성을 부여했다. 심지어 이것이 조화롭다. 전혀 다른 악기들이 충돌하지 않고 서로 어울린다.
첫 싱글 'Wake me up'은 나무하러 산에 가는 목수의 트럭 오디오에서 들려도 이상할 것 같지 않다. 동시에 UMF(울트라 뮤직 페스티벌)를 뒤흔든다. 'You make me'의 가성 빌드업은 역할을 온전히 수행해낸다. 드롭이 터질 때 까지, 듣는 이를 긴장하게 만든다. 쫄깃하다. 또 다프트 펑크와의 공동 작업이 알려지기 전에 앞서 나일 로저스와 함께 구상했다는 'Lay me down'. 보컬은 올 여름 퀸과 함께 내한 공연을 펼칠 아메리칸 아이돌, 아담 램버트가 맡았다. 'Shame on me'도 이에 못지않게 펑키하다. 언급한 곡 말고도 거의 모든 트랙이 듣기에 무리가 없다. 폭발력이 약하지만 아비치의 '클럽 음악'은 오래 간다.
이후 아비치는 이 앨범의 리믹스 앨범을 발표하고, 최근엔 콜드플레이의 신곡 'A sky full of stars'를 프로듀스했다. 나아갈 여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 앨범이 강력했다. 실험을 한 뮤지션도 많았고,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뮤지션도 많았지만 동시에 이뤄낸 뮤지션은 많지 않았기에, 진한 첫인상이다. < True >는 음악적인 가치 또한 이해하기 쉽다. 어느 것도 이 '개척 앨범'을 대체할 수 없다. 앞으로 나올 그의 결과물들도 넘어서기 힘겨워 보일 정도다.
-수록곡-
1. Wake me up [추천]
2. You make me [추천]
3. Hey brother
4. Addicted to you
5. Dear boy
6. Liar liar
7. Shame on me [추천]
8. Lay me down [추천]
9. Hope there's someone
10. Heart upon my slee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