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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sh
미쓰에이(Miss A)
2013

by 김도헌

2013.11.01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미스 에이에게 'Bad girl good girl'은 큰 의미를 지닌다. 데뷔와 동시에 메가톤급 히트를 몰고 오며 소속사에게 원더 걸스 이후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나 싶었지만, 그 후 활동은 그만큼의 인기를 뛰어넘기는커녕 오히려 부침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 첫사랑'으로 승승장구하는 멤버와는 달리, 그룹은 시작과 동시에 각인된 이미지와 현실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애써야만 했다. 'Breathe'의 레게톤도, '남자 없이 잘 살아'의 친숙함도 결국엔 'Good-bye baby'로 귀결되곤 했다.

2년만의 정규 앨범 < Hush > 또한 이러한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전하지만, 크레딧에서 현저하게 줄어든 박진영의 이름은 앨범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된다. 전 EP에 실려 있던 곡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박진영이 아닌 다른 작곡가들과 함께 작업하여 앨범의 다채로움을 살렸다. 자체적 변화의 흐름인지, 부진을 끝내기 위한 극단적 처방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최근 감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는 박진영의 작곡 센스와 대중적 성공에 대한 그룹의 욕구를 감안했을 때는 납득이 가는 결정이다.

최근 섹시미를 주 무기로 하는 걸 그룹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은 다소 진부하게 느껴졌던 미스 에이의 콘셉트를 오히려 유일한 위치로 격상시킬 여건을 제공해준다. 이를 감안했는지 정공법을 택한 'Hush'의 경우 음원차트에서 승승장구하며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 기타 사운드가 곡의 전반부를 주도하고 킥을 늦춤으로서 절정을 하여금 기대하게하는 독특한 구성이 대중들의 기호를 충족시켰다. 'Bad girl good girl'과 'Good-bye baby'로 이어지는 다소 뻔한 수법에서 벗어나 'Touch'와 같은 신선한 기조에서 그룹 고유의 섹시미를 정립하는 좋은 결과를 낳았다.

시장 상황도 호의적이고, 시도 또한 과감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 Hush >는 이 모든 기회들을 의도적으로 놓쳐버리나 싶을 정도로 그 구성이 어색하다. 섹시미의 강조는 인트로 격인 '놀러와'와 'Hush'로 끝나버린다. 'Love is you', 'Spotlight', '(Mama) I'm good'은 개별적으로 훌륭한 팝 트랙임에도 불구하고 앨범의 통일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내용 자체가 최근의 아이돌 앨범과 비해 별반 다르지 않으니 앨범 커버의 고혹적인 네 얼굴이 무색해진다. 심지어 마지막 다섯 곡은 EP에 수록된 곡을 또다시 실었다. 단 네 곡만 신곡이었던 < A Class >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결국 전작에서 드러났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답습할 뿐이다. 변화의 의지는 충분하지만 정작 필요한 내부의 개혁은 부재한다. 개별 곡들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다루어져야 할 사항이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 정규 앨범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이유는 곡이 좋지 않아서도 있지만, 일관된 콘셉트도 없이 무작정 곡의 품질에만 신경을 쏟고 아무런 고민 없이 앨범을 구성하는 오류가 더 크게 작용한다. 데뷔 3년차,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낸 베테랑 미스 에이지만 신인 그룹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태도는 그들의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수록곡-
1. 놀러와
2. Hush [추천]
3. Love is you
4. Spotlight
5. Hide & seek
6. (Mama) I'm good [추천]
7. Like you
8. Hush (Party ver.)
9. Touch [추천]
10. Over u
11. Time's up
12. If I were boy
13. 남자 없이 잘 살아
김도헌(zener12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