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퍼 에이트>(Super 8)는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를 향한 감독 제이.제이. 에이브람스(J.J. Abrams)의 감성적 경의의 표시다. 치명적 괴물이 등장하는 한편 아이들의 판타지가 동시에 그려진다. <이.티>(E.T)와 <구니스>(The Goonies)와 같은 영화들에서 영감을 취한 영화는 어른들의 시각에서는 정말 끔찍한 사건으로 비치지만 청순한 아이들의 눈높이를 통해 필터링되면서 단순하고 복잡치 않은 핵심적 진실을 확증한다.
순수와 모험으로 가득한 <구니스>를 비롯해 스티븐 스필버그의 대중적 가족영화의 현상을 유사하게 재현해 낸 이 영화에서 아이들은 꿈과 환상의 영화세계에 사로잡혀 동심을 투영해내고 어른들의 이기와 잘못을 순수와 사랑으로 치유한다. 다만 어른들은 볼 수 없게 되어버린 그 무언가에 결국 특별한 초점이 집중된다.
영화는 또한 영화에 대한 어린 시절의 애정 어린 헌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어두운 극장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팝콘을 씹으면서 언젠가 나도 영화를 만들리라 꿈꿨던 오래전 그날의 추억의 일기장을 되새기게 한다. 에이브람스가 그랬고, 스필버그가 더 이전에 경험했던 것처럼 마이클 지아치노(Michael Giacchino)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영화는 조 역에 조엘 커트니(Joel Courtney)를 주연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1970년대 미국의 작은 마을에 사는 이 소년은 여름방학 동안 그의 친구들과 수퍼 에잇(8m필름) 영화를 찍으면서 미래 영화학도로서의 꿈을 키운다. 그는 과거 스필버그 감독이요 지금 이 영화를 감독한 제이.제이. 에이브람스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다.
조는 안타깝게도 엄마의 죽음 후 마을경찰서장인 아버지 잭슨(카일 챈들러)와 감정적으로 소원하다. 하지만 8미리 필름 영화를 찍으면서 소녀 앨리스(엘르 패닝)에게 끌리고 정서적 교류를 하게 된다. 당대 유행하던 B급 좀비영화를 습작으로 촬영하는 가운데서 앨리스는 단연코 놀라운 감정연기를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앨리스 또한 조와 유사한 상처를 안고 있다. 그녀는 간접적 사인으로 추정되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의 딸이다.
이들은 어느 날 동네꼬마친구들과 좀비영화를 찍던 중 자의반타의반 일생일대의 엄청나게 거대한 열차사고를 목격하게 되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사고발생시점의 과정들이 8미리 필름에 고스란히 담기게 된다. 자신들의 마을에서 발생한 이 이유모를 대사건에 대해 정부요원들이 급파돼 일종의 단순사고로 처리 수습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이 대열차사고가 미궁의 사망, 실종사고와 연관돼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들 스스로 이 미스터리한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 든다.
TV드라마 <로스트>(Lost), <앨리어스>(Alias), <프린지>(Fringe)부터 대작 <스타 트렉>(Star Trek), <미션 임파서블 3>(Mission Impossible III), <클로버필드>(Cloverfield)까지, 에이브람스와 거의 모든 작품을 함께 해온 작곡가 마이클 지아치노(Michael Giacchino)는 감독의 의중을 누구보다 더 잘 간파하는 바와 같이, 이번 영화 <슈퍼 에이트>에서도 아이들의 동심과 경외심, 환상을 일깨움과 동시에 공상과학영화의 웅대한 풍모를 부각시키는 쪽으로 스코어의 방향성을 설정했다.
목관악기와 하프에 강세를 둔 대규모 교향악을 편성한 지아치노의 스코어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에 풍부한 음악적 영감을 부여한 절대 작곡가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의 영기로 가득하다. 명징한 기악편성의 준용, 화음진행, 그리고 전반적으로 곡을 구성하는 일반적인 사운드의 질감에서 확연히 감지된다.
이 격세유전(隔世遺傳)의 음악적 울림은 이미 그의 초기작 <메달 오브 오너>(Medal of Honor)의 스코어에서 포착된 바 있으며 이런 유형의 영화에는 드물게 <슈퍼 에이트>에 시공간적으로 직접적인 감흥을 부여한다. 뿐만 아니라 이는 영화음악을 처음 체험하는 누구에게나 굉장한 회고의 정을 불러낸다. 과거 1970-1980년대를 풍미한 윌리엄스의 명작 스코어들을 접한 이들에게 더 할 나위없는 선물이 될 것이다.
스코어의 중심부장식은 영화의 실제적인 주인공인 청춘소년소녀들을 위한 테마음악이다. 통상 조와 그의 감정들을 중심으로 주변부에 나타난다. 조와 그의 친구들 모두를 위한 광범위한 모티프로 빈번히 작동한다. 'Super 8' 오프닝에서 처음 나타나는 테마는 향수와 희망을 가득 담은 대규모 오케스트라로 연주되고 스코어를 통해 발전해나가면서 조의 자기반성의 순간들과 특히 그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 자주 장면을 반주한다. 'Family matters'에서 부드러운 피아노 주도의 연주, 'Model painting'에서 하프 독주에 의한 친근한 표현, 그리고 'Thoughts of mom'에서 온화한 소나타형식의 재현부는 모두 고상하고 뻔한 감상적 상투성 없이 그 자체로 테마를 뇌기에 각인토록 만든다.
몇몇의 종속적인 테마들은 이야기의 다른 면들을 위해 라이트모티프로서 작용한다. 거기에는 조와 앨리스 간에 움트는 청소년기 우정과 애정사이를 위해 순환하는 모티프가 자리한다. 이는 'Acting chops'에서 소심한 망설임으로 처음 나타나고, 후에 'We'll fix it post-haste'에서 쾌활한 유동적 흐름으로 연주된다. 괴물은 그 자체로서의 모티프를 얻는다. 우르르 울리는 4화음 구성이다. 'Aftermath class'에서 첫 선을 보인다. 'Circle gets the clubs'와 'Breen there ate that'과 같이 큐로 쓰인 곡들에서 어둡고 강렬한 액션 사운드질료를 통해 괴물의 발작적 공포성을 다회 반주로 표출한다.
지속되는 팽팽한 긴장감의 사운드질료들은 괴물의 주변에 고음의 현이 스산하게 떠돌고 전도되며 활주하는 목관악기 효과음들을 연루하게 허용하면서 암울한 불안감에 합당하게 오싹한 분위기를 계속해서 주입한다. 하지만 스코어가 전개됨에 따라 괴물의 모티프는 어디서든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배경을 맴돌면서 말이다. 정체불명의 피조물의 활동을 더욱 더 강렬하게 보력하는 효과로써 사력을 다한다. 'Neighborhood watch-fail'의 끝에 구석구석 스며드는 현과 하프로 연주되고 'The evacuation of lillian'의 시작부에 으르렁거리듯 울리는 저음의 피아노 반주로, 스릴만점의 장관이 전개되는 'The siege of lillian' 동안 거의 숨 막히는 숭고함으로 영상에 분위기를 투영한다.
종국의 주제적 악상은 군악대적인 스타카토 모티프, 작은 마을을 내습한 군대에 합당한 타입의 연주가 뒤따른다. 괴물에 대한 정보를 본의 아니게 나타내는 암시적 구실. 영화의 초반 자가 습작을 촬영 중인 아이들의 장소에서 무언가 확인됐음을 암시하는 혐의를 제기하는 원류에 다름 아니다. 보통 약음기를 댄 금관악기로 전율하듯 연주되는 이 군악대적 모티프는 사실상 <메달 오브 오너>(Medal of Honor), <>Secret Weapons Over Normandy)와 같은 지아치노의 초기 비디오게임 스코어들에서 초래된 것으로 윌리엄스와 매우 흡사한 방식에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Gas and go', 'Radio haze'와 같은 큐들에서 간소한 단편들로 이어지고 'Thoughts of mom'의 끝으로 향하는 곳에서 재연된다. 스코어의 두 하이라이트로서 언급한 'The evacuation of lillian'과 'Lambs on the lam'에서 중심이 되는 연주로 재등장한다.
스코어를 통해 지아치노는 기능적으로나 지적인 악상들의 전개로 이 네 개의 테마를 능숙하게 잘 혼합해냈다. 각기 색다른 전개로 자주 연주되고 뜻밖의 조합을 보인다. 일례로 'Thoughts of cubism'은 피아노로 반주된 아이들의 테마를 가지고 목관악기에 의한 괴물의 모티프로 전개되면서 곧 다가올 사건들의 예시로서 조의 침실에서 대화를 허용한다. 'Mom's necklace'와 'Alice projects on joe'의 사랑스러운 편성은 둘 다 조와 앨리스의 러브테마로 아이들의 테마를 결합하고 이는 감성적이고 품위 있는 사운드의 하프와 현의 편성으로 묘사되어 나타난다.
'Woodward bites it', 'A truckload of trouble' 그리고 사악한 사운드의 'World's worst field trip'은 군악대적 모티프의 거칠고 위험한 사운드 표현으로 탁월한 효과를 내는 것에 대해 괴물의 모티프의 핵심을 나타내는 연주다. 그들 중 최상은 'Neighborhood watch-fail'의 중반, 아이들을 위한 테마와 조와 앨리스의 러브테마가 공황적인 상황에서 각기 서로 대위법적인 구조로 동시에 일어나면서 아이들 자신들에게 엄습하는 위험의 기운을 증폭해 예증한다.
20분여에 걸친 대미의 장식은, 'Creature comforts', Letting go', 그리고 'Super 8'으로 구성된 곡으로 연계되어 전개된다. 가장 감정적으로 긴장되고 인습적으로 아름다운 음악의 일부로서 상황을 대변한다. 지아치노는 영화음악에서 전체 오케스트라를 가동해 아이들의 테마와 조와 앨리스의 테마를 공히 크고 강력하게 묘사하도록 중점을 두었다. 'Creature comforts'의 불안한 대기, 이 안에서 조의 테마와 괴물의 모티프는 특히 어둡고 흉조의 오케스트라에 의해 매우 불길한 액션 악절들과 불협화음 효과들을 통해 절정에 달한다. 최후의 두 큐에서 주제적인 동력은 실로 빼어나다. 'Letting go'의 종반으로 향하는 조와 앨리스의 테마의 놀라운 묘사, 뿐만 아니라 두 테마들이 결합해 대위적으로 강조되는 후발 연주는 존 윌리엄스의 <이. 티>의 가극조의 대단원에 필적한다. 분명히 동격을 갈망했을 이 연주부분은 소름이 쫙 돋을 만큼 감동적이다.
<슈퍼 에이트>의 스코어는 마이클 지아치노(Michael Giacchino)에게 있어서 가장 인상적인 영화음악작품 중 하나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TV드라마 <로스트>를 위한 스코어는 라이트모티프에 의한 복잡성의 예증이었고 한편 오스카트로피를 거머쥔 <업>의 스코어는 정서적으로 연민의 정을 자아내는 힘의 최고조였으며 <스타 트렉>과 같은 스코어들은 엄청난 액션음악의 힘과 공명으로 감명 깊은 순간들을 제공해주었다. <슈퍼 에이트>은 이상 기술한 세 가지의 모든 장점들을 하나로 응축해낸 만족스러운 완전체라 할만하다. 음악 그 자체로도 독립적인 청취경험을 장을 제공한다. 이야기에서 도출해낸 명확한 감화력과 이의 더 깊은 의미망들을 멋지게 결합해냈을 뿐만 아니라 존 윌리엄스의 명작들을 향한 경의의 표시라 할 의도적인 음악적 환영들이 압도적으로 공존한다. 영화의 흥행여부와 무관하게 2011년 최고의 영화음악 중 하나로 각인될 것이다.
8미리의 거친 화면을 자주 활용해 1980년대를 향수케 하는 영화에는 또한 동시대 팝음악을 사용해서 시대적 공감을 줌과 동시에 리듬감을 주면서 듣는 재미 강화했다. 1979년 여름부터 극중 배경무대를 관통하는 시대의 팝과 록음악들이 이야기의 일부로써 장면을 장식한다.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이.엘.오, 펑크 록밴드 블론디, 팝 록그룹 카스 그리고 폴 메카트니의 윙스 등 장르도 종류도 다양하다.
11곡의 시대를 빛낸 이 음악들은 카세트테이프를 플레이해 음악을 듣던 휴대용 워크맨시대의 향수를 불러낸다. 당시로서는 그야말로 신기술의 요체, 복합체로 각광받았던 전자제품을 통해서, 그리고 식당 등지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노래들은 1980년대에 대한 기억을 고스란히 불러낸다. 특히 'Don't bring me down'과 'My sharona'는 장면에서는 물론 종영인물자막과 함께 두 차례 반복되어 나오면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 장면에 사용된 음악 소개 -
■하굣길 장면: Don't Bring Me Down – Electric Light Orchestra
■찰스의 집에서 저녁식사장면: Match Game Opening Theme – Robert Arnold Israel
■조이와 그의 아빠가 식당에서 야구캠프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 Easy – Commodores
■야심한 밤 자작 좀비영화를 찍기 전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서 꼬마들이 합창하는 노래: My Sharona – Zach Mills, Riley Griffiths, Ryan Lee, Gabriel Basso and Joel Courtney
■영화를 찍으러 가는 길에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 Bye Bye Love – The Cars
■열차충돌사고에 대해서 식당에서 둘러앉아 대화하는 꼬마들 장면: Silly Love Songs – Wings
■주유소 직원이 워크맨을 통해 듣는 음악, 헤드폰을 타고 나오는 노래: Heart of Glass – Blondie
■TV 배경에 나오는 만화영화음악: High Diving Hare – Carl Stalling
■교외의 차 안에서 대마를 피우는 카메라수리공 장면: Undercover Angel – Alan O'Day
■마약을 한 채로 아이들에게 차를 몰아온 카메라수리공 장면: Le Freak – Chic
■종영인물자막 첫 노래: Don't Bring Me Down – Electric Light Orchestra
■미니 무비 후 종영인물자막 두 번째 노래: My Sharona – The Knack
■오리지널스코어 – 마이클 지아치노(Michael Giacchino)
-수록곡-
1. Super 8
2. Family Matters
3. Model Painting
4. Acting Chops
5. Aftermath Class
6. Thoughts of Cubism
7. We'll Fix It in Post-Haste
8. Productions Woes
9. Train Of Thought
10. Circle Gets the Cube
11. Breen There, Ate That
12. Dead Over Heels
13. Gas and Go
14. Looking For Lucy
15. Radio Haze
16. Mom's Necklace*
17. Shootus Interuptus
18. Thoughts of Mom
19. Woodward Bites It
20. Alice Projects on Joe
21. Neighborhood Watch - Fail
22. The Evacuation of Lillian
23. A Truckload of Trouble
24. Lambs on the Lam
25. Woodward's Home Movies
26. Spotted Lambs
27. Air Force HQ or Bust
28. World's Worst Field Trip
29. The Siege of Lillian
30. Creature Comforts
31. Letting Go
32. Super 8 Suite
보너스 트랙
33. The Case (Original music from the film by Charles Kazn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