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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2 (Cars 2)
마이클 지아키노(Michael Giacchino)
2011

by 김진성

2011.07.01

실사에 버금가는 영상미와 신선한 이야기로 한계를 뛰어넘는 픽사(Pixar)의 경쟁력은 실로 대단히 놀라울 따름. 찬탄을 금하지 못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은 그 독창적 본능과 이를 토대로 무궁무진한 속편을 만들어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거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토이 스토리>(Toy Story) 프랜차이즈. 조지 루카스의 그래픽팀 픽사를 사들여 재기를 노린 스티브 잡스(Steven Paul Jobs)의 원동력을 간과할 수 없지만 디즈니의 애니메이터 존 레스터(John Lesseter)의 내공이 결합되지 않았던들 불가능했을 "장난감들의 이야기"는 원작부터 3D입체영상으로 구현된 마지막 3편까지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속편으로 재기를 노리는 <카2>(cars 2)도 공동운명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간명한 이야기전개를 보여준 2006년 원작 <카>(cars)이후 상당한 개발시간이 소요됐지만 흥미진진한 스파이무비와 국제적인 자동차경주대회를 개념적으로 혼합해 더욱 신나고 재미있는 자동차우화로 원작의 명성을 초월하기 위한 시동을 다시금 걸었다.

원작만화의 캐릭터들이 거의 다 재등장하는 가운데 속편 <카 2>는 라이트닝 맥퀸(오웬 윌슨)과 그의 절친 레커차(견인트럭) 메이터(레리 더 케이블 가이)의 활약에 시선집중. 존 레새터(John Lasseter) 감독이 재신임된 속편에서 두 자동차 친구는 싱싱 레이싱 세계 그랑프리 자동차경주대회에 참가해 세계 일주를 하지만 필연적 우연으로 첩보전에 휘말리는 신세가 된다.



1편에서 미국 작은 시골마을에 국한돼 소소한 사랑과 우정을 되새기게 했던 레이싱 무대가 일본 도쿄, 이탈리아, 영국 런던, 파리 등지를 도는 국제무대로 확대되면서 볼거리는 더욱 화려하고 풍성해졌다. 거기에 영국 최고의 슈퍼스파이 핀 맥미사일(마이클 케인)과 아름다운 초보 첩보원 홀리 쉬프트웰(에밀리 모티머)까지 가세해 신나고 짜릿한 모험액션에 재미를 보강한다. 더욱이 요즘 애니메이션 제작포맷의 추세인 3D입체영상으로 진화돼 한층 더 생동감 넘치는 시각적 만족감을 준다.

이전 레디에이터 스프링스 마을의 본원적 매력은 따라서 번쩍이는 도시의 분위기와 제임스 본드와 같은 플롯의 요소들에 대한 호감지수가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감쇠되었다. <카2>를 위한 판촉용 캐릭터상품들은 그러나 두 인기 우승후보들을 보조 지원하는 차원에서 다량의 신종 자동차 캐릭터상품의 가치를 뽐내면서 영화의 외관을 강화한다.

그간 픽사 영화들을 위한 음악은 전형적으로 소수의 특정 작곡가들에게 맡겨졌고 최소한의 동시대적 노래들로 결합 구성되었다. 전편 <카>(cars)의 사운드트랙에 사용된 음악 또한 비교적 아주 소량의 노래들을 특징적으로 담고 있으면서 작곡가 랜디 뉴먼(Randy Newman)의 스코어를 병행하는 식이었다.

초기 픽사의 작품들은 음악적으로 랜디(Randy)와 토마스(Thomas), 두 뉴먼(Newman)가의 작곡가들의 권역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를 기점으로 신생 작곡가 마이클 지아치노(Michael Giacchino)의 입지가 나날이 확대되었다. 그야말로 스튜디오에서 선호하는 작곡가로 거듭나게 된 것. <업>(Up)을 위해 쓴 그의 음악은 현존하는 모든 영화음악상을 거의 휩쓸다시피 할 정도로 대단한 위세를 떨쳤다.

그러한 자신의 전력에 누가되지 않게 <카2>에서도 그는 자기 맡은 바 역할에 충실했다.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에서 최고로 구현했던 스파이 장르음악에 대한 애정을 멋지게 되살렸고, <스피드 레이서>(Speed Racer)에서 익히 경험한 바 있는 난폭 폭주 카레이싱 사운드 스타일을 적절히 결합해냈다.

랜디 뉴먼이 전편 <카>에서 다소 미니멀한 사운드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속편에서 지아치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더 중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억할만한 명징한 테마가 부재하긴 하지만 맥퀸의 레이싱과 레디에이터 스프링스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생활방식에 적합한 음악적 개성을 제공했다. <미션 임파서블 3>(MI 3)를 경험삼은 첩보영화음악의 이력 또한 동일성향이 다분한 2편에 적격요건. 그는 자신이 어릴적부터 좋아했던 해변의 서프 록 사운드를 재생해 스코어의 중대한 재료로 활용하기도 했다.

뉴먼이 이 시리즈의 원작에 남긴 흔적은 지아치노의 <카2>에서 매우 희미한 암시적 악상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속편의 스코어는 불행히도 원작의 독자적 주체성을 완전히 제거하다시피 했다. 1편과 동일한 장소의 무대로 되돌아온 장면들에서 조차도 전작에 대한 악상은 희미할 뿐이다. 물론 <카2> 전반에 걸친 보편적인 스타일을 필연적으로 전격 차별화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긴 하다.

뉴먼의 스코어에서 그 어떤 주제적인 악상도 차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양식적인 인용조차도 거의 들을 수 없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대목. 프랜차이즈 시리즈 자체 고유의 정체성을 상실하다시피 한 처사는 무념의 소치로 폄하될 소지가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일반적인 연관성마저도 무시한 개념상실의 소산이라고 이라고 해도 크게 반문할 여지가 없게 생겼다.

<자니 잉글리쉬>(Johnny English)의 속편 격이요 에드워드 쉬머(Edward Sheamur)의 패러디음악을 기술적으로 차용한 것의 일환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실로 <카2>의 음악은 패러디 기술의 포화상태, 연타하는 타악기 음, 회상조의 해먼드오르간, 절묘하게 울부짖는 금관악기 모티프, 그리고 섹시한 전기기타사운드로 구성된 스파이 영화적 음악요소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불쾌함을 유발할 역효과의 가능성도 동반한다.

지아치노는 심지어 나부끼는 목관악기에 강세를 두는 식으로 조지 클린턴(George S. Clinton)이 <오스틴 파워>(Austin Powers)에 제공한 음악적 영토까지 넘나든다. 스파이영화음악의 다채로운 구체화로부터 탈선했을 때 지아치노는 레디에이터 스프링스와 메이터를 위한 평민적 서부 음조나 버나드 허먼(Bernard Herrmann)풍의 서스펜스 사운드무드로 변환 재조정한다. 메이터가 곤경에 처한 자신을 발견했을 때는 더 전통적인 합주에 의해 버나드 허먼 풍의 서스펜스를 불러낸다.

주제를 음악으로 표현해 나타냄에 있어서 <카2>는 충분히 주제적 악상을 발전해내기도 하지만 극단적으로 간소한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뉴먼이 주인공캐릭터를 위해 쾌속의 사운드를 주입했던 것에 필적할만한 맥퀸을 위한 레이싱테마는 없다. 대신 메이터와 관련해 대부분 스파이무비를 연상시키는 음악요소들이 주요한 주제적 독자성으로서 전개된다.

불행히도 지아치노는 그 점에 안착해 노래 'Secret Agent Man'의 멜로디에 너무 밀착한 상태를 유지한다. 테마의 시작 3화음은 스코어를 관통하는 중요 지시악절이지만 독창적으로 보긴 어렵다. 'Turbo transmission',과 'The turbomater'에서 이 악상의 근본적인 연주들을 취할 수 있다. 'Towkyo takeout', 'Blnder and lightning' 그리고 다른 곡들에서 2차적인 변주로 또한 접할 수 있다.

<카2>의 스코어에서 주요 스파이테마의 잦은 반복은 덜 기억할만한 종속적인 악상들에 대한 영향력을 줄인다. 신파조의 상승 하강하는 악인의 테마는 불길한 상태의 기준이다. 'History's biggest loser carss', 'The lemon pledge' 그리고 'Blunder and lightning'의 끝에서 최상으로 들린다. 광적으로 날뛰는 서스펜스 모티프는 버나드 허먼의 악풍을 짙게 드리운다.

TV연속극 <로스트>(Lost)에서와 유사한 음악적 영감을 주는 이 서스펜스 모티프는 'Mater warns McQueen'과 'Alexrod exposed'에서 발전되어 전개된다. 원작에서 뉴먼의 테마양식과 유사한 감흥을 은근히 풍기는 곡은 'Porta corsa',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의 관현악편성에서 경합을 벌이는 금관악기 취주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전편에서 맥퀸의 테마를 금관악기연주로 출발한 것과 같은 구조의 'The radiator springs grand prix'에서도 재현된다.

영화의 주요무대와 스타일이 변화한데서 오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속편에서 완전히 실종되어서 안타까운 음악적 정체성은 시골도시를 위한 동시대의 웨스턴 사운드일 것이다. 지아치노로 교체되면서 피들, 밴조, 주 하프 등 시골의 재래식 정취 가득한 악기들은 포괄적인 편성에서 제외됐다. 기이하게도 신임작곡가는 뉴먼의 음악에서 자문을 구하는 대신 'Radiator reunion'에 스파이테마를 단순히 개작해 넣는 방식을 취했다.

푸짐하게 차려낸 지아치노의 스코어 외에도 사운드트랙앨범에는 영화에 사용된 노래들이 함께 실렸다. 프랜차이즈를 위해 다시 돌아온 컨트리 스타 브래드 페이슬리(Brad Paisley)가 그 선두주자.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와 2인조 팀워크를 이룬 'Collision of worlds'(라이트닝 맥퀸과 메이터의 우정을 담은 노래)는 스파이장르에서 힌트를 얻어 컨트리 장르와 오묘하게 결합해낸 곡. 종영인물자막에 들어갈 곡으로 괜찮은 설정이다.

흥미롭게도 파리를 무대로 한 장면전개에서 지아치노는 <라따뚜이>(Ratatouille)의 감을 끌어들였다. 프랑스 가수 겸 작곡가 베나바(Benabar)의 가창이 돋보이는 'My heart goes vroom'은 초기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뮤지컬 송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해외각지를 누비는 영화의 특성에 따라 일본 일렉트로닉 테크노 팝 소녀그룹 퍼퓸(Perfume)도 동참했다. 퍼퓸의 히트싱글 'Polyrhythm'은 맥퀸과 메이터가 도쿄의 세계그랑프리 오르닝 갈라 파티에 참석할 때 배경에 흐른다.

그래미수상에 빛나는 실력파 록 밴드 위저(Weezer)의 'You might think'의 등장도 반갑다. 페이슬리가 직접 쓰고 노래한 두 번째 곡 'Nobody's Fool'은 영화에서 가장 뭉클한 장면을 연출한다. 주변에서 모두 그가 바보연기를 하고 있다고 보지만 장적 자신은 그 자체로 진실된 자아의 모습임을 깨치는 메이터는 남들의 시선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깨친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사용된 노래들은 듣기에 좋은 편이다. 지아치노의 스코어는 평균치! 더 폭넓은 음악적 식견에서 뚜렷한 차별화를 추구한 것은 괜찮지만 뉴먼이 원작에서 확립해놓은 감정적 교류의 맥을 절연하다시피 한 것은 역시 못내 아쉽다. 여타 작곡가들이 다회에 걸쳐 차용한 첩보영화음악의 영감을 위시해 풍자적 모방의 수준에 머무른 것 또한 절대적 호감을 저해하는 요인일 수 있다.

-수록곡-
1. You Might Think - performed by Weezer
2. Collision of Worlds - performed by Robbie Williams and Brad Paisley
3. Mon Coeur Fait Vroum (My Heart Goes Vroom) - performed by Benabar
4. Nobody's Fool - performed by Brad Paisley
5. Polyrhythm - performed by Perfume
6. Turbo Transmission
7. It's Finn McMissile!
8. Mater the Waiter
9. Radiator Reunion
10. Cranking Up the Heat
11. Towkyo Takeout
12. Tarmac the Magnificent
13. Whose Engine is This?
14. History's Biggest Loser carss
15. Mater of Disguise
16. Porto Corsa
17. The Lemon Pledge
18. Mater's Getaway
19. Mater Warns McQueen
20. Going to the Backup Plan
21. Mater's the Bomb
22. Blunder and Lightning
23. The Other Shoot
24. Axelrod Exposed
25. The Radiator Springs Gran Prix
26. The Turbomater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