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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미 인 (Let Me In)
마이클 지아키노(Michael Giacchino)
2010

by 김진성

2010.11.01

<렛 미 인>(Let Me In)은 2008년 개봉해 대단한 갈채와 더불어 독립영화로써 히트를 기록한 스웨덴명화 <Låt Den Rätte Komma In>(Let the Right One In)를 리메이크 한 미국영화다. <클로버필드>(Cloverfield)의 매트 리브스(Matt Reeves)가 감독한 리메이크 작품은 1980년대를 시대적 배경무대로 펼쳐진다. 영화의 주인공 오웬으로 분한 코디 스미트-맥피(Kodi Smit-McPhee)는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외로운 소년이다. 그는 이혼모(카라 뷰오노)와 함께 뉴멕시코의 허름한 공동주택에서 주거한다.



어느 날 그는 동병상련의 외로운 소녀 애비(클로이 모레츠)와 친구가 된다. 애비는 연세 지긋한 어르신 수호자(리차드 젠킨스)와 함께 같은 아파트 건물로 이사 왔다. 처음에 주저했지만 둘은 점진적으로 우정을 키워간다. 하지만 애비는 비밀을 품고 있다. 그녀는 뱀파이어다. 이유모를 연쇄살인사건을 끈덕지게 수사 중인 형사(엘리어스 코테스)의 원흉이다. 워낙 호평을 받은 유럽영화를 리메이크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판 <렛 미 인>은 출연진들의 연기와 스웨덴의 스티븐 킹이라 칭송받는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John Ajvide Lindqvist)의 원작소설에 충실한 내용연출 등 모든 면에서 원작을 능가할 기세의 대단한 찬사를 얻었다.

성적 정체성이 애매해 보이는 뱀파이어와 죽을 만큼 외로운 왕따 친구의 괴이하고도 진심어린 소통의 장에 분위기를 강화하는 마이클 지아치노(Michael Giacchino)의 으스스한 스코어도 예외일 수 없다. 지아치노는 리브스 감독의 <클로버필드>를 위해 광란하듯 미쳐 날뛰는 서곡 “포효”(Roar)를 썼다. 그리고 물론 <업>(Up)으로 오스카음악상을 수상했고 박스오피스 대성공을 거둔 <인크레더블스>(The Incredibles)와 <스타 트렉>(Star Trek) 그리고 <라따뚜이>(Ratatouille)의 작곡가로도 유명하다. 지난 그의 스코어들 중 일부는 조마조마한 긴장과 지독하게 불쾌한 순간들을 내포했지만 이런 식으로 본격적인 주류 호러영화를 다룬 적은 없었다.



이는 그에게 새로운 영역이다. 언급한 영화들이나 비디오게임 <메달 오브 오너>(Medal of Honor)의 열렬한 음악들을 감안한다면 <렛 미 인>에서 그의 음악은 마냥 즐기기엔 적잖이 곤욕스러울 것이다. 영화의 맥락에서는 확실히 작동하지만 그 자체로는 매우 귀에 거슬리는 불협화음과 실로 위협적인 기조의 음악이다. 때로 부드러운 순간들이 공존함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이런 유형의 음악에서 진가를 인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오프닝 큐, 'Hammertime'(해머타임)은 무의미한 허밍음성과 하프로 지속되는 화음의 연속에 지나지 않지만 효과는 등골이 오싹하게 하기에 충분하고 장면에도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 이어지는 'Los Alamos'(로스앨러모스)는 황량하고 고독한 브라스 화음과 스르르 미끄러져 나가는 스트링 효과를 특징으로 전반적으로 불안과 동요의 감정을 불러낸다. 이와 같은 스타일은 또한 'Bully thy name'(당신의 이름을 괴롭히다), 'Dread on arrival'(도착을 두려워하다) 그리고 충격적인 대단원 'The weakest goes to the pool'(약육강식)과 같은 큐들에서도 나타난다. 무엇보다도 역설적인 것은 가장 어둡고 극도로 성난 음악이 이웃집 흡혈귀의 두려운 위협이 아닌 오웬의 고향과 그를 괴롭히는 양아치들을 묘사한다는 것이다.



'Sins of the father'(아버지의 원죄)의 도입부 하프연주는 <가위손>(Edward Scissorhands)의 연주를 웅비하는 것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암흑의 스타카토 리듬을 품는 대신 으스스하게 아름다운 스트링 테마로 발전한다. 이는 애비와 그녀의 아버지 간의 특이한 공생관계를 실증하는 의미로 후반부 몇몇 큐들에서 핵심을 이룬다. 언급한 'Dread on arrival'은 엘프먼 풍의 하프 모티프를 재생한다. 큐에서 적막한 팀파니 타악은 곡의 전개를 통해서 표현되는 견디기 어려운 긴장감과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점점 더 어두워지는 악절에서는 TV 드라마 <로스트>(Lost)의 일부악상을 공유한다. 특히 아우르는 브라스와 요란스러운 스트링의 날카로운 질주에서 그러하다.

애비의 더욱 범죄적인 야행성 활동에 수반되는 'The back seat killer'(뒷좌석 살인자), 'Killer in-stinks'(킬러 혐오감을 사다), 'Polling for owen'(오웬을 위한 투표)과 같은 큐들은 자욱하게 내려앉은 피아노 화음, 예리하게 긁는 스트링효과, 유령처럼 속삭이는 하프의 파장 그리고 때로 간주로 들어간 합창을 통해 겹겹이 쌓이는 긴장감을 증축하면서 두려움을 강요한다. 'Acid test dummy'(약물 검사 모형)와 'Blood by any other name'(누군가 다른 이름의 피)는 발광적인 라틴 영창, 긴급한 리듬적 요소, 그리고 사악한 오케스트라의 통격의 결합으로 스코어에서 가장 도전적인 충격을 가한다.

'Peeping owen'(엿보는 오웬)에 퍼지는 특이한 순수함, 특히 큐의 중반을 통해 나타나는 천사와 같은 소년들의 합창은 고요하면서도 냉랭한 오케스트라 반주와 함께 매우 인상적이다. 나중에 합창은 'Asphalt jungle gym'(아스팔트 정글짐)과 'Invitation only'(초대자에 한함)의 중후반에서 잔잔한 위로조로 작용한다. 오웬과 애비가 아파트의 낡은 공터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에 깔리는 곡은 큐가 진행됨에 따라 훨씬 더 불길한 분위기로 변화한다. 합창은 'Visitation rights'(방문권)와 지옥 같은 'Virginia territory'(버지니아 지역)와 같은 큐들에서 덜 천상적인 효과를 내지만 대신에 아이같이 순진한 호기심을 수반한다. 영묘한 라틴 가사와 냉담하고 그늘진 무드를 통해 애비 자신 또는 그의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하는 곡조처럼 들린다.

역으로 'At your disposal'(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의 후반과 'New day on an old lake'(오래된 호수에서의 새날)과 같은 후반부 큐들은 의외로 밝고 쾌활하다. 첼레스타, 목금, 피아노의 천진함과 들뜬 목관악기 모티프로 구성된 곡들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게다가 'Neighbors of love'(사랑의 이웃들), 'First date jitters'(첫 데이트의 조마조마함), 'Owen remember thy swashing blow' 그리고 결정적인 'Trained and steady'(단련되고 꾸준한)와 같은 큐들은 멈칫거리는 낭만적 바이올린 테마를 내포함과 동시에 스코어의 여분의 침울한 세계에서 여전히 헤어 나오진 못하지만 훨씬 더 진부하게 아름다운 음조를 지닌다. 'Parting sorrows'(이별의 슬픔)와 '엔드 크레디트'(End Credits)는 암흑의 오케스트라 크레센도(점강음)로 팽창해 가장 전통적으로 매력적인 큐들로 위치를 확보한다.

<렛 미 인>을 위한 지아치노의 음악은 대니 엘프먼(Danny Elfman)의 음악요소들 중 일부를 여과하고 버나드 허먼(Bernard Herrmann)의 관현악작법과 크리스토퍼 영(Christopher Young)의 가장 정교한 호러 작곡을 결합한 결과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원작 <렛 미 인>에 스코어를 작곡해 넣은 요한 쇠더퀴비스트(Johan Söderqvist)와는 전혀 다르다. 어떤 면에서 거기서 지아치노의 스코어는 부족한 면이 거의 없다. 예배의식과 같은 분위기를 주는 '엔드 크레디트'(End credits) 외에는 원작스코어에서 '엘리의 테마'(Elis's theme)의 간결미에 견줄만한 큐는 부재하다. 지아치노의 호러와 서스펜스 큐들은 쇠더퀴비스트의 작품과 다른 한편에서 우수성을 빛내며 오히려 더 낫다고 평가하기에 손색이 없다. 단 더욱 심금을 울리는 원작의 테마, 소년과 그의 뱀파이어친구 사이의 관계의 핵심을 포착해 더욱 다정하고 친근하게 마음을 감쌌던 쇠더퀴비스트의 작법은 별도로 대해야 할 만큼 독특했다.

그렇긴 해도 <렛 미 인>은 결과적으로 심히 감명 깊은 작품, 애비의 충격적으로 난폭한 이중생활의 중심에서 순수하고 고요한 여림의 감성을 정확하게 포착, 혼합해냈다. 이는 또한 개인적인 차원에서 마이클 지아치노의 또 다른 수작이라 할 만하다. 장르적으로 급변한 작곡 시도에서 성공적인 악상을 제공했다.

-사운드트랙 수록곡-
•Hammertime (0:57)
•Los Alamos (2:18)
•Sins of the Father (2:15)
•Peeping Owen (4:03)
•Bully Thy Name (1:35)
•The Back Seat Killer (1:39)
•The Blood Flood (1:40)
•The Asphalt Jungle Gym (5:37)
•At Your Disposal (4:39)
•Neighbors of Love (3:05)
•First Date Jitters (2:52)
•Killer In-Stinks (2:20)
•Acid Test Dummy (1:03)
•Visitation Rights (5:08)
•New Day On An Old Lake (1:37)
•Polling for Owen (2:36)
•Owen Remember Thy Swashing Blow (1:16)
•Blood By Any Other Name (1:37)
•Regarding Evil (3:46)
•Let Me Out (1:16)
•Virginia Territory (1:42)
•Invitation Only (2:13)
•Dread On Arrival (6:14)
•Parting Sorrows (2:54)
•The Weakest Goes to the Pool (3:44)
•Trained and Steady (Film Version) (2:16)
•End Credits (5:57)
•Trained and Steady (Original Track) (2:16)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