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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만 있던 일요일
백현진
2011

by 임도빈

2011.02.01

이번에도 어김없다. 아마 공연장에 있었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 것이다. 백현진의 노래는 너무 강하게 파고든다. 이 정도에서 멈춰주었으면 하는 것을 부수고 들어온다. '오후만 있던 일요일'에 음악청취의 습관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어어부 프로젝트 사운드부터 점유해온 독특한 위상은 울부짖는 창법이나 박찬욱, 홍상수가 엄지를 치켜세웠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는 솜씨 좋은 건축가다. 남근에 비유하던 록 음악에서 회유라는 여성성을 선보인 이병우의 그림자를 자신의 블록으로 하나씩 하나씩 채워나간다.


침묵이 소리치는 초반이다. 8마디 안에 승부를 보는 유행가라면 메우고 쌓았을 틈새를 그는 그저 내버려둔다. 피아노와 기타, 보컬의 음색은 엉성하리만치 자연스럽다. 라이브 현장의 텁텁한 공기가 여과 없이 차있다. 그리고는 사라진다. 여전히 같은 음들을 짚어내는 울림이 반향을 넓혀왔다. 나는 볼륨을 줄였다. 전율이 몰려온다. 그 순간이다. 자리를 박찬 건.

임도빈(do335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