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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Love
보이즈 투 멘(Boyz II Men)
2010

by 김獨

2010.03.01

지난 1990년대 모타운을 재건한 보이즈 투 멘이 세 번째 리메이크 앨범을 내놓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가 아닌 '보컬'로 승부하는 그룹에게 멜로디는 편곡보다 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출신으로 모타운에서 데뷔한 보이즈 투 멘의 음악적 정수(精髓)는 예나 지금이나 보컬 아닌가. 보컬 하모니가 편곡의 일부를 대신하는 이들의 음악에서 멜로디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래서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마흔을 코앞에 둔 하모니 귀재들은 어느덧 리메이크 작업에 익숙해졌다. 또 다시 랜디 잭슨과 제작한 새 앨범을 접하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전작이 모타운의 고향 히츠빌(Hitsville)로 떠나는 여정을 노래했다면, 신보는 사랑을 테마로 하는 다양한 장르의 스터디셀러 팝송을 그들만의 분위기로 완성해낸 커버 앨범이다. 3인조 라인업으로 변화를 꾀하고 리메이크 시리즈에 집중하는 사이 장르의 스펙트럼은 더 넓어졌고 보컬 호흡 또한 깊어졌다. 여느 때보다 소리 풍경은 친숙하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수록곡은 20세기 대중음악사의 한 획을 그은 쟁쟁한 팝송 메들리를 보는 듯하다. 보니 레이트의 명곡 'I can't make you love me'가 첫 싱글로 선택된 가운데 시카고와 테이크 댓, 저니와 구구 돌스 등의 대표곡이 R&B 팝으로 재해석되었다. 함께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가 점차 사라져가고 디지털 음향이 판을 치는 요즘 시대에 보이즈 투 멘의 노래들은 그야말로 '아날로그도 괜찮다'는 인간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충분하다.

이전 리메이크 앨범처럼 이번에도 보이즈 투 멘은 흑인음악계 선배들을 향한 예우를 놓치지 않았다. 'Chain gang' 'A change is gonna come' 등을 노래한 전설의 소울싱어 샘 쿡의 1961년 고전 'Cupid', 국내 팬들에게 'Kiss and say goodbye'로 널리 알려진 맨하탄스의 또 다른 히트곡 'Shining star', 그리고 고향 선배 스피너스의 1972년 오리지널 'Could it be I'm falling in love' 등은 클래식 소울에 모던한 팝 감각을 아울렀다. 이밖에도 미국의 컨트리 남성그룹 론스타의 1999년 빌보드 1위곡 'Amazed'나 마이클 부블레가 게스트로 참여한 'When I fall in love'도 그들만의 보컬 컬러를 한껏 과시한다.

분명 한물간 보이즈 투 멘의 리메이크 연작은 획기적인 아이템이 아니다. 시각을 달리하면 누구나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평범한 기획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보이즈 투 멘이 들려주는 하모니는 요즘 흑인음악 시장에서 잘 팔리는 신세대 스타들의 노래보단 훨씬 솔직하고 따스함이 감돈다. 머니와 섹스가 연애의 전부가 아니듯 뉴스메이커가 늘 베스트 대접을 받으면 곤란하다. 20년간 보컬 하나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그 강직함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수록곡-
1. Back for good [추천]
2. Could it be I'm falling in love
3. If you leave me now
4. Amazed
5. I can't make you love me [추천]
6. Time after time
7. Iris
8. Cupid [추천]
9. Shining star
10. In my life
11. Open arms
12. When I'm falling in love
13. Misty blue
김獨(quincyjon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