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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와 숫자들
9와 숫자들
2009

by 김반야

2010.02.01

밴드의 해체와 결성이 빈번하면서도 조용하게 이루어지는 인디 음악씬에서 누구누구의 과거를 찾는 일은 숨은그림찾기처럼 흥미롭다. 9와 숫자들의 '9(송재경)'도 그런 인물 중 하나이다. 짧지 않은 음악 이력과 다소 특이한 이름 덕분에 그의 과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그룹을 몇 가지 압축하자면 관악청년포크협의회와 그림자궁전을 들 수 있다.

관악청년포크협의회는 서울대생들이 모여 만든 포크 그룹이다. 여기에는 9는 물론 브로콜리 너마저의 덕원, 최근에 앨범을 발표했던 생각의 나무도 적을 두고 있었다. 몇 년을 뛰어 넘어 2008년, 그가 주축이 된 그림자 궁전은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부문에서 원더걸스와 경합을 벌이던 호평 받는 그룹이었다.

2010년의 시작과 함께 9는 색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섰다. 록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궁극의 팝 밴드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물론 음악도 많이 바뀌었다. 날카로운 일렉기타는 배제시켰으며 음표 하나하나에 부드럽고 달콤하게 신디사이저를 감쌌다.

'석별의 춤'과 '디엔에이'는 강렬한 댄스 비트가 들어간 곡인데, 기존 신스팝과 9와 숫자들의 차이점을 찾아볼 수 있다. 9와 숫자들은 독특한 창법으로 곡을 풀어나간다. 보컬은 때로는 노래하는 듯 때로는 속삭이는 듯 뚜렷한 높낮이 없이 노래를 부른다. 화려한 바이브레이션이나 기교가 없는 이 창법은 복고적이고 특이한 색채를 뿜어내고 있다.

그림자 궁전에서부터 복고는 9의 오랜 화두였다. 이런 복고성은 이번 신보에서 극대화 되었다. '칼리지 부기', '이것이 사랑이라면은'에서는 학창시절과 추억을 담은 가사에서 이런 성격을 찾아 낼 수 있다. 또한 '선유도의 아침'은 뽕필 충만한 멜로디까지 삽입하여 아련한 198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9와 숫자들 1집은 날카롭고 뾰족했던 예전의 음악들을 깎고 다듬어 원형 구로 완성시켰다. 그것이 무뎌졌거나 변절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집스레 자신의 개성을 극대화시킨 결과물이다.

-수록곡-
1. 그리움의 숲 (작사 9 / 작곡 9) [추천]
2. 말해주세요 (작사 9 / 작곡 9)
3. 오렌지 카운티 (작사 9 / 작곡 9)
4. 석별의 춤 (작사 9 / 작곡 9) [추천]
5. 칼리지 부기 (작사 9 / 작곡 9)
6. 슈거 오브 마이 라이프 (작사 9 / 작곡 9)
7. 삼청동에서 (작사 9 / 작곡 9)
8. 실낙원 (작사 9 / 작곡 9)
9. 이것이 사랑이라면 (작사 9 / 작곡 9)
10. 선유도의 아침 (작사 9 / 작곡 9) [추천]
11. 연날리기 (작사 9 / 작곡 9)
12. 디엔에이 (작사 9 / 작곡 9)
13. 낮은 침대 (작사 9 / 작곡 9)
김반야(10_b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