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고 가수를 꿈꾸는 예비 뮤지션들에게 롤모델로 꼽히는 앨리샤 키스(Alicia Keys)이지만, 그녀의 노래는 늘 위험한 장점을 보유해 왔다. 한 번 들어서는 빠르게 매력이 다가오지 않는 것. 몇몇 곡에서는 저메인 듀프리(Jermaine Dupri), 팀버랜드(Timbaland) 같은 메인스트림의 인기 프로듀서들과 작업했으나 오늘날 히트를 보장하는 팝 음악 공식을 그대로 따른 적이 없으며 앨범 수록곡 중 반 이상이 어두운 분위기라서 처음 듣자마자 '꽂힐' 만한 노래는 극히 드물었다. 그럼에도 깊이 있는 목소리와 울림이 남긴 잔향으로 마법처럼 그녀 음악에 다시 끌어들였다.
빨리 데워지지는 않더라도 쉽게 식지 않는 뚝배기 같은 매력은 안타깝게도 이 작품으로 당분간, 아니면 영원히 종결될지도 모른다. 비록 차트에서의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매 앨범에서 네 곡이 순차적으로 싱글 커트되며 특유의 뭉근함과 멜로디의 흡인력이 뛰어남을 어느 정도 증명했다. 이번에는 싱글로 빛을 볼 노래가 현재 나온 'Doesn't mean anything', 'Try sleeping with a broken heart' 외에는 없을 듯하다. 멜로디 구성은 지지부진하게 느껴지며 이제껏 그녀가 들려줬던 발라드곡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식상함만을 안긴다.
앨범의 전반적인 모양새도 권태감을 제대로 제공할 위력을 지녔다. 거의 모든 곡이 피아노, 또는 키보드 위주로 리드되고 있으며 다들 템포가 느려서 인트로를 제외한 열세 편의 노래가 한결같다. 지나친 통일성 때문에 어떤 곡들은 서로 엇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너무 어둡고 음습하고 지루해서 한줌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이끼 가득 낀 동굴 속을 53분 동안 배회해야만 하는 곤혹스러움마저 제공한다.
수록곡 중 'This bed'와 함께 유이(唯二)한 업 비트의 노래인 'Put it in a love song'은 분위기는 쇄신하나 전체적인 흐름 상 왜 나왔는지 궁금할 만큼 뜬금없다. 차라리 우울함을 계속 지향했다면 일관성이라도 있었을 터, 이 노래들을 끼워서 괜히 이도저도 아닌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게다가 이 시대의 걸출한 여성 보컬리스트들을 모아 놓고 별 특징 없는 평범한 댄스곡을 부르게 하니 개개인이 지닌 장점까지 사라져 버렸다. 어설프게 설치한 부비트랩에 뛰어난 아군 둘을 잃은 격이다.
절창 앨리샤 키스의 능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보컬이 또렷하게 나타나지도 않으며 다수의 수록곡이 생김새를 같이해 재미가 떨어진다. 은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슬아슬하게 매혹을 발산해 청취자들의 청을 받을 노래도 좀처럼 발견되지 않아 전작들에 준하는 상업적 성과 또한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제아무리 노래 부르는 이의 재능이 뛰어나다고 한들 그것만으로는 앨범의 가치를 높일 수는 없다. 공명과 더불어 각 곡의 선율과 음반 전체의 흐름을 잘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다.
-수록곡-
1. Element of freedom (Intro)
2. Love is blind
3. Doesn't mean anything
4. Try sleeping with a broken heart [추천]
5. Wait til they see my smile
6. That's how strong my love is
7. Unthinkable (I'm ready)
8. Love is my disease
9. Like the sea
10. Put it in a love song (feat. Beyonce)
11. This bed
12. Distance and time
13. How it feels to fly
14. Empire state of mind (Part 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