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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plugged
앨리샤 키스(Alicia Keys)
2005

by 이민희

2005.10.01

“언플러그드는 제 것입니다. 딱 제 스타일이고,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예요.” 머라이어 케리, 에릭 클립튼, 너바나 등등 전례가 그러하듯 언플러그드 앨범은 팬들의 요구사항이기 이전에 실력과 경력, 그리고 명예를 담보하는 특별한 작품집이다. 이십대의 문턱에서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던 짧은 이력의 젊은 피 알리시아 키스(Alicia Keys)에게 언플러그드 앨범이란 어쩌면 시기 상조의 과분한 기획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욕심 많은 아가씨는 원하던 바를 조금씩,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 작곡가, 가수, 연주자에 이어 작가(< Tears For Water > 출간)의 꿈을 실현한 이 미녀 가수는 오랜 투어를 마치고 '제 것'이고 '딱 제 스타일'이고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언플러그드 세계에 입성할 수 있었고, 기존의 노래들, 리메이크 곡들, 그리고 신곡을 적절하게 배합해 열여섯 곡을 실어 앨범을 완성했다. 순위세계의 나폴레옹으로 군림한 그녀는, 앨범이 발표된지 일주일 만에 차트를 접수했다.

신곡 'Unbreakable'이 차트를 들끓게 했던 주역이고,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는 'If I ain't got you'를 중심으로 1, 2집 수록곡들이 포진해 있다. 라이브 음악의 감상 포인트란 혹시 원곡의 레코딩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일까 싶을 만큼 탁월한 가창력을 자랑하고 있다. 한편 마룬 파이브의 아담 레빈과 함께 롤링 스톤스의 'Wild Horses'를 부른 것이 눈에 띄며, 브렌다 할로웨이의 'Every little bit hurts'를 해석한 것이 신선하다.

마지막까지도 팽팽한 사운드의 연속이다. 모스 데프와 커먼이 참여한 'Love it or leave it alone', 밥 말리의 아들 다미언 말리까지 합세한 레게 곡 'Welcome to jamrock'은 앨범의 구성을 풍성하게 하는 선곡. 재즈에 빚을 지고 있는, 의도된 불협화음이 두드러지는 'Streets of New York'도 주목할 만한 곡이다. 어쨌든 다양한 채널.

목소리, 그것은 가수가 가진 최고의 재산이다. 그건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축복의 재능이다. 알리시아 키스는 여기에 정력을 부여했다. 그녀의 노래는 낭만적이지만 육체의 힘이 느껴진다. 자유로운 한편 매혹적인 야생마의 기운이랄까. 절대로 퇴색할 것 같지 않고, 절대로 배신할 것 같지 않은 이 튼튼한 목소리는 기복이 큰 호흡, 파장이 큰 음역과 함께, 그리고 잔잔한 연주 즉 볼륨이 낮은 연주와 함께 빛을 발한다.

앨범은 “왜 언플러그드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다. 애초에 화려한 연주는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최소화된 편곡을 압도하는 것은 역시 알리시아 키스의 목소리이고 가창력이다. 특히나 'How come you don't call me', 'Fallin''이 전하는 뜨거운 전율은 우리가 음악을 듣는 지순한 즐거움이란 무엇인지를 절감하게 한다. 화려한 사운드의 경합보다 진정한 감동을 주는 것은 '노래'로 승부하는 정공법이다.

-수록곡-
1. Intro A Cappella
2. Karma
3. Heartburn
4. A Woman'S Worth
5. Unbreakable
6. How Come You Don'T Call Me
7. If I Was Your Woman
8. If I Ain'T Got You
9. Every Little Bit Hurts
10. Streets Of New York
11. Wild Horses (Feat. Adam Levine)
12. Diary
13. You Don'T Know My Name
14. Stolen Moments
15. Fallin'
16. Love It Or Leave It Alone (Feat. Mos Def & Common) / Welcome To Jamrock (Feat. Damian Marley, Mos Def, Common & Friends)
이민희(shamch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