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발표한 두 정규 작품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역시 그녀의 앨범은 모든 곡이 폭발할 듯 강렬한 매력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하나의 앨범 안에서 어우러지는 전체적인 조화에 중점을 두어 가장 자연스럽고 흡인력 풍부한 흐름을 일궈낸다. 소울, 리듬 앤 블루스의 캔버스 위에 짙은 감성을 풀어 채색한 그림. 기교로 장식하고 현란하게 꾸민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것이 어찌나 매끄럽고 유려한지 감상하는 이가 앨리샤 키스의 팬이 아니더라도 완벽한 동의를, 100퍼센트의 호감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이는 작곡, 편곡, 연주와 프로듀싱을 직접 주도하며 모든 음악적 내용을 자신이 정한 구도에 가장 알맞은 형태로 배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당대 최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직함이 괜히 주어진 것이겠는가. 자기 능력과 음색에 어울리는, 한마디로 '맞춤형 음악'을 만들 줄 아는 그녀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뛰어난 보컬 기량을 소유했지만 꺼드럭거리며 과잉을 한다든가 어설픈 윤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는다.
앨범의 첫 싱글 'No one'은 그러한 아름다운 합일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곡이다. 가수로서의 장점과 그것을 보완하는 편곡에 힘입어 앨리샤 키스만의 독특한 서정미가 묻어난다. 다소 둔탁한 드럼 비트 위에 걸리 듯 미끄러지는 피아노 연주와 허스키한 목소리는 서로의 음색을 뭉그러뜨리지 않고 진행되는데, 이로써 노래에서 등장하는 '그'와 '나' 사이의 오묘한 간극을 느끼게 해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물론, 이는 공동으로 작업한 더티 해리(Dirty Harry)와 케리 브라더스 주니어(Kerry Brothers, Jr)의 원조도 무시할 수 없겠으나 작품의 호소력을 높여주는 가장 큰 역할은 그녀의 음성, 우렁우렁하지만 터뜨리지 않고 곡을 감싼다. 유난히 튀지 않게 조절함은 전반적 짜임새를 고려함이다.
래퍼 커먼(Common)이 뮤직비디오에 앨리샤 키스의 연인 역할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두 번째 싱글 'Like you'll never see me again' 또한 나지막하다. 힘을 아끼고 있으며 편곡에서도 거의 변화를 주지 않는다. 존 메이어(John Mayer)와 함께 호흡을 맞춘 'Lesson learned'에서 조차 객의 존재를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유유하기만 하다. 대부분 경우 구색 맞추기 식으로 어떻게든 게스트를 돋보이게 하는 반면 그녀는 곡과 앨범 내에서의 완성도에 집중한다. 'Teenage love affair'와 'I need you'에서 잠시 밝은 기운을 띠긴 해도 다른 곡들을 어색하게 만들어 놓는 것은 아니다.
이 앨범을 통해 앨리샤 키스가 21세기를 대표하는 디바이지만 무조건 질러대기만 하는 가수가 아니라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프로듀서로서도 마찬가지다. 하나를 밀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깡그리 죽이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역량을 되는 대로 드러내지 않으며 노래보다는 앨범의 전야(全野)를 중요시한다. 그로써 드러나는 꾸밈없는 우아함과 온전한 어울림. 조금은 정적이지만 그녀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아담한 그림을 또 한 번 완성했다.
-수록곡-
1. As I am (Intro)
2. Go ahead
3. Superwoman
4. No one
5. Like you'll never see me again
6. Lesson learned (With John Mayer)
7. Wreckless love
8. The thing about love
9. Teenage love affair
10. I need you
11. Where do we go from here
12. Prelude to a kiss
13. Tell you something (Nana's reprise)
14. Sure looks good to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