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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ver To Tell
예예예스(Yeah Yeah Yeahs)
2003

by 김獨

2003.06.01

록 마니아들이여, 이들을 주목하라!

뉴욕출신의 아트 펑크 트리오 예예예스(Yeah Yeah Yeahs)의 음악은 상당히 원초적이고 저돌적이다. 정제되지 않은 노이즈 기타 톤으로 대변되는, 잘 다듬어지지 않은 이들의 록 사운드는 다분히 대 선배격인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 소닉 유스(Sonic Youth)를 연상시키는 실험주의 아트 펑크다. 그뿐 아니라 조안 제트(Joan Jett), 패티 스미스(Patti Smith), 엘 세븐(L7) 같은 펑크 여전사의 피가 흐르는 라이엇 걸 카렌 오(Karen O)의 공격적이고 신들린 듯한 목소리는 공식화된 '밴드=펑크' 색깔을 대번에 말해준다.

밴드의 핵인 그녀를 중심으로 나머지 멤버인 기타리스트 닉 지너(Nick Zinner)와 드러머 브라이언 체이스(Brian Chase)로 구성된 예예예스. 그들은 록계에 입문하기 이전 인디 록 밴드 걸스 어게인스트 보이스(Girls Against Boys)와 미국 투어를, 같은 뉴욕출신의 아트 밴드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이전(Jon Spencer Blues Explosion)과 영국 투어를 함께 하며 21세기 주류 록 네크워크에서 조금씩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하드코어 성향의 그런지 록과 뉴 메탈이 메인스트림 록 차트을 꿰차고 있는 시점에서 1960년대 개러지 록과 70년대 펑크 같은 낡은 록으로의 회귀는 주지하다시피 반갑기 그지없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2001년 셀프 타이틀 데뷔 EP(5곡 수록)와 2002년 3곡짜리 EP <Machine>을 들고나와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기에 이르렀고, 급기야는 언론을 통해 '특별한 창조물'이라는 찬사까지 획득했다. 음악전문지 <롤링스톤>은 그들의 데뷔 EP를 두고 “스트록스(the Strokes)보다 더 와일드하고,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밴드에 베이스 파트가 없다는 게 여타 록 밴드와 구분되는 크나큰 특징. 드럼이 리듬파트를 커버하는 독특한 사운드 메이킹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밴드의 실질적인 첫 작품이자 메이저 데뷔 앨범으로 기록된 <Fever To Tell>(2003)는 여러 평단의 관심과 기대 속에 공개됐다. 음반에서 보여주는 마초 성향의 절규하는 카렌의 보컬라인, 지글재글거리는(때론 끽끽대는) 닉의 기타 프레이즈는 밴드가 개러지 펑크의 전통을 잇고 있음을 금새 증명해낸다. 동시에 대다수의 수록곡이 3분 내외의 짧은 러닝타임과 단순한 코드 구조를 취하며 펑크의 기본을 충실히 따른다. 최소시간으로 최대치 에너지를 발산한 셈이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Rich'와 뒤를 잇는 'Date with the night' 부터 그러한 밴드의 성향이 잘 드러난다. 그밖에도 마치 요부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카렌의 보컬이 인상적인 'Tick', 픽시즈(Pixies)의 영향이 묻어나는 'Pin', “그들은 널 사랑하지 않아, 내가 널 사랑하는 것 만큼”의 반복되는 구절이 가슴을 후련하게 끌어당기는 'Maps', 공격적인 기타 리프를 전개하는 'Y Control', 음반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사이키델릭한 'Modern romace' 등을 통해 밴드는 근래 보기 드물게 개성파 록 그룹 계보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겨나가고 있다.

또한 뉴욕의 아트 펑크 주자답게 한편의 미술 작품을 연상시키는 앨범 재킷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믹싱 작업으로 유투,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같은 거물급 밴드의 앨범을 책임졌던 앨런 모울더(Alan Moulder)가 진두 지휘에 나서 앨범의 거친 소음을 정결하게 다듬은 점도 그렇다. 그는 밴드의 장점을 캐치해내는데 일가견이 있음을 예예예스를 통해서 다시금 입증시킨 것이다.

최근 예예예스를 접한 일부 록 마니아들은 “정말 간만에 만끽하는 신선한 록이다”라며 이들의 출현을 반기고 있다. 록 밴드로서 예쁘게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기만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것이 얼만큼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록 팬들을 흥분시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록곡-
1. Rich
2. Date with the night
3. Man
4. Tick
5. Black tongue
6. Pin
7. Cold light
8. No no no
9. Maps
10. Y Control
11. Modern romace
김獨(quincyjon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