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벡(Jeff Beck)은 에릭 클랩톤(Eric Clapton)에 이어 야드버즈(Yardbirds)에서의 활동으로 이미 락 기타리스트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선견지명이 있었던 탓일까. 그는 굳이 60년대의 많은 훌륭한 그룹의 뒤를 계속 이어가려 하지 않았다. 70년대 초 <Blow By Blow>와 <Wired>를 베스트 셀링으로 만들면서, 그는 재즈-락 퓨전(Jazz-Rock Fusion)의 선구자가 되었다. 실험과 모험의 독자적 길을 개척해 간 것이다.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이다”라고 한 베토벤의 명언처럼,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여러 가지 신비로움을 간직한 기타는 어떤 분야에서건 필수적인 악기가 되었다. 베토벤의 말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입증되어 가고 있고 또 산 증인이 여기 존재하고 있다.
그가 바로 현존하는 소위 3대 기타리스트중의 하나인 제프 벡일 것이다. 키보디스트 맥스 미들톤(Max Middleton), 드러머 리차드 베일리(Richard Bailey), 베이시스트 필 첸(Phil Chenn)과 함께 담아낸 본 앨범은 재즈락 퓨전의 한 획을 긋는 앨범이다. 깁슨 레스폴과 함께 한 벡의 기타연주와 맥스의 건반과의 앙상블이 전체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면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이러한 사운드는 비틀스(Beatles)와의 명콤비로서도 유명한 프로듀서 조지 마틴(George Martin)의 한몫도 무시하지 못하겠다.
펑키한 'You know what mean'을 시작으로 비틀스의 고전을 레게 리듬을 가미하여 편곡한 'She`s woman'은 제프 벡의 여유 만만하면서도 정교함이 돋보이는 고도의 테크닉이 펼쳐진다. 날카로운 핑거링으로 미묘한 힘의 차이까지 잡아낼 수 있는 장점이 합쳐져 근사한 사운드를 뽑아냈다. 세 번째곡 'Constipated Duck'은 제목에 대조법을 쓴 듯 하다. '뒤뚱거리는 오리'가 아니라 '힘이 넘치는 오리'라 해야하겠다. 정교한 테크닉과 섹션이 감히 일품이라 할만하다. 'Air blower'는 전체적으로 빠른 비트에 비교적 느슨한 건반과 기타로 이색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다가 갑자기 180도 바뀌어, 프로그레시브-락(Progressive-Rock)이라 해도 손색없는 끝마무리의 건반과 기타의 앙상블은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꾸어 주는 아주 큰 역할을 했다. 드럼 솔로가 'Scatterbrain'의 도입을 알린다. 강한 긴박함이 있으면서도 오케스트라의 차용으로 사이사이 웅장함이 느껴지는 대서사시이다.
B면의 도입부는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곡이지만 블루스 기타의 제왕 로이 부케넌(Roy Buchanan)에게 바쳐지는 곡과 테로니우스 뭉크(Thelonius Monk)를 추모하는 곡이 연이어 흐른다. 먼저 스티비 원더의 곡 'Cause we`ve ended as lovers'에서는 부케넌 스타일의 끈끈한 벤딩이 벡의 레스폴 기타를 통해 재현된다. 제목 그대로 'Thelonius'는 뭉크에게 헌정하는 곡이다. 감정을 오버하면서 '자기과시벽'을 나타내는 벡의 연주는 차분한 뭉크와는 맞지 않는 듯하다.
군악대 드럼을 연상시키며 시작되는 'Freeway jam'에 이어 이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Diamond dust'. 느린 템포의 곡이지만 바이올린과 일렉 파트의 어울림이 미스테리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아이러니 넘버이다.
앨범 전체가 벡을 위한 곡이다. 마치 락 블루스 그리고 재즈를 모두 노래할 줄 안다는 보컬리스트의 독집 앨범을 듣는 듯하다. 그만큼 제프 벡의 연주에는 경계선이 없다. 전 장르를 아우르는 그의 기타 실력은 말 그대로 일렉트릭 기타의 교과서이다. 음악에 대한 순수함과 지칠 줄 모르는 실험정신을 가진 위대한 테크니컬 기타리스트 벡. 자유로움을 불태우며 홀로 외로이 고집을 지켜온 예술인의 정신이 진정한 예술인의 정신이라 할만하다.
-수록곡-
1. You Know What I Mean
2. She's a Woman
3. Constipated Duck
4. Air Blower
5. Scatterbrain
6. Cause We've Ended as Lovers
7. Thelonius
8. Freeway Jam
9. Diamond Du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