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록의 내음이 깃든 일렉트릭 록기타의 교본
제프 벡(Jeff Beck)은 60년대 중반 그룹 야드버즈(Yardbirds)를 거쳐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제프백 그룹'을 결성하여 활동할 때만 하더라도 흑인 블루스에 미쳐 있었다. 모두 야드버즈 출신으로서 그와 더불어 '세계 3대 록기타'로 불리는 에릭 클랩튼, 지미 페이지처럼 엄연히 그의 기타출발은 블루스였다. 명반으로 꼽히는 제프벡 그룹 시절의 <진실>(Truth)에서, 그는 블루스의 전설인 윌리 딕슨 (Willie Dixon)의 '넌 나를 흔들었지'(You shook me)와 하울링 울프(Howling Wolf)의 '난 미신을 믿지 않아'(I ain't superstitions) 등 고전을 재해석하여 연주하였다.(이 그룹에서 보컬을 맡은 사람이 샤우트 창법으로 제프 벡과 함께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로드 스튜어트였다.)
그러나 70년대로 들어서면서 그의 흥미는 서서히 재즈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재즈 분야에서나 록 부분에서 공히 상대쪽 장르에 호기심을 품고 상호교차의 의지 속에 출현하여 유행을 타고 있던 재즈록이 그것이었다. 그는 특히 존 맥러플린이 이끄는 마하비시누 오케스트라의 재즈록 퓨전에 영감을 받아 거기서 새로운 음악적 개념을 구상해냈다.
2년여의 공백을 뚫고 그가 75년 발표한 앨범 <블로우 바이 블로우>는 이리하여 블루스 사운드와는 질감이 다른 재즈록의 내음이 강하게 퍼져나왔다. 하지만 항상 변화를 찾아온 그에게 재즈록은 하나의 정점을 의미하기도 했으나 '예술성으로 지배된 시대의 정서'가 개입한 결과인 것도 사실이었다.
출신이 록기타리스트인 관계로 재즈와 록의 접목을 꾀했다지만 무게중심과 밑바닥에 흐른 것은 어디까지나 록이었다. 그는 <블로우 바이 블로우>로 록기타가 다다를 수 있는 최상의 단계에 도달했다는 평을 받기에 이르렀다. 기타연주를 록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것이었다. 라이벌 지미 페이지는 이 앨범을 '기타주자의 귀감이 될 레코드'라고 칭송했다. 에릭 클랩튼이 바로 후에 선보인 앨범 <에릭 클랩튼이 여기에 있습니다>(E.C. was here) 또한 이 앨범 없이는 출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한 비평가도 있었다.
이 앨범에는 정말 록 기타리스트로서 필수적인 테크닉, 센스, 필링들로 꽉 채워져 있다. 보컬은 전혀 없이 제프 벡의 기타를 축으로 드럼, 베이스, 키보드 등 악기로만 편성된 연주음반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가리켜 '일렉트릭 록기타 연주의 교본'이란 평이 등장한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 것이다.
비틀즈의 오리지널을 각색한 '그녀는 여자'(She's a woman)에서 그는 토킹 사운드(talking sound) 기법으로 '보컬 없이 기타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지시키려 했다. 무드를 살린 몽상적인 4분의 5박자 곡 '다이어몬드 더스트'(Diamond dust)로는 멜로디 라인과 기타 톤을 절묘하게 융합시켜 일렉트릭 록기타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스캐터브레인'(Scatterbrain)은 강하게 밀어부치는 일렉트릭기타의 엑센트를, 스티비 원더의 고전인 '슬픔의 연인들'(Cause we're ended as lover)은 존경하는 선배 기타리스트 로이 부캐넌의 특기이기도 한 '바이얼린 톤'을 선사하고 있다. 그는 주법에 있어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준 로이 부캐넌에게 실제로 '슬픔의 연인들'을 헌상했다.
일렉트릭 기타의 모든 것이 여기 있다. 누가 뭐래도 기타주자 아닌 '기타예술가'가 꽃피워낸 사운드인 것만은 분명했다.
-수록곡-
1. You Know What I Mean (Beck/Middleton)
2. She's a Woman (Lennon/McCartney)
3. Constipated Duck (Beck)
4. Air Blower (Bailey/Beck/Chen/Chenn/Middleton)
5. Scatterbrain (Beck/Middleton)
6. Cause We've Ended as Lovers (Wonder)
7. Thelonius (Wonder)
8. Freeway Jam (Middleton)
9. Diamond Dust (Holla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