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The Last Broadcast
도브스(DOVES)
2002

by 배순탁

2002.07.01

2000년의 데뷔작 <Lost Soul>로 도브스(Doves)는 단번에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고향인 맨체스터 특유의 댄서블한 리듬감 위에 사이키델릭, 앰비언트, 슈게이징 등을 혼합해낸 앨범은 이 중고신인에게 영국의 각종 시상식의 단골 손님으로 초대되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했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낸 밴드의 앞길에 서광이 비치는 순간이었다.

이렇듯 흡족했던 1집이었지만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혼재(混在)에 따른 '10번의 부재'를 들 수 있다. 많은 가지들을 한데 묶어 줄 확고한 뿌리가 보이질 않았다.

그러나 갓 얼굴품을 팔기 시작한 지점이기에 이런 단점은 그다지 문제되지 않았다. 도브스의 음악 능력을 고려한다면 해결 가능한 숙제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2년, 밴드는 <The Last Broadcast>라는 정확한 해답을 내놓았다.

인트로를 지나 등장하는 'Words'와 첫 싱글 'There goes the fear'(단 하루만 판매하고 절판시키는 전무후무한 전략을 내세우기도 했다.)는 맑지만 우울한 밴드 특유의 멜랑꼴리한 정서를 그대로 대변한다. 기타와 드럼이 일궈내는 댄스 리듬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탄탄한 구조 속에 펼쳐진다. 킹 크림슨의 'Moonchild'를 인용한 'M62 Song'은 M62라는 맨체스터의 고속도로에서 녹음한 곡으로 묘한 분위기의 음색이 일품이다. 'N.Y.'는 하드한 사운드와 어쿠스틱 기타의 조화가 발군이다.

이 밖에도 풍성한 공간감의 사이키델릭 소울을 구현한 'Satellites', 각종 효과음을 통해 음의 결을 중첩시키는 'Friday's dust',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Pounding', 감동적인 대미를 선사하는 'Caught by the river'등, 전곡이 고르게 상향 평준화된 점이 작품이 갖는 최상의 미덕이다. 결론적으로 영국의 음악 잡지 NME의 평대로 도브스는 최고로 행복한 우울 앨범을 완성해냈다.

-수록곡-
1. Intro
2. Words
3. There Goes the Fear
4. M62 Song
5. Where We're Calling From
6. N.Y.
7. Satellites
8. Friday's Dust
9. Pounding
10. Last Broadcast
11. The Sulphur Man
12. Caught By the River
배순탁(greattak@iz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