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브스(Doves)는 라디오헤드(Radiohead), 엘보우(Elbow) 등과 비교되며 우울한 음악을 하는 밴드로 알려져 있다. 슬픈 분위기는 공통적이지만 도브스가 주조해내는 우울한 소리샘에는 드라마가 있고 왠지 모르게 진정성 같은 것이 느껴진다. 우울하지만 그것으로 곡의 가치가 다하는 것이 아니기에 귀 기울여 볼 만 하다.
'Kingdom of rust'는 우울이라는 단어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긴다. 우선 완급, 강약 조절이 잘 되어 있다. 아마도 댄스 음악을 했던 전력에서 나오는 노련미인 듯하다. 시종일관 곡을 이끄는 애잔한 컨트리 비트는 맥 빠지지 않게 슬픔을 전달한다. 이들의 완급조절, 강약조절 솜씨는 중반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타와 드럼이 세기와 템포를 높여 긴장감을 고조시키다가 오케스트라 스트링이 쫙 펼쳐지면서 순간 이완시켜주는 진행은 충분히 드라마틱하다.
일부러 윤곽을 일그러뜨린 사운드 질감과 은근 터프한 지미 굿윈(Jimi Goodwin)의 목소리 또한 매력적이다. 마치 진실한 것을 찾아 헤매는 이의 방황을 형상화 한 듯한 희뿌연 소리와 그 위를 유영하는 지미 굿윈의 텁텁한 목소리는 일체의 작위적인 비장미를 배격하며 묵직하게 가슴 속을 파고든다. 도브스만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빛깔의 슬픔이 어떻게 구현되어있을지 다른 곡들에도 기대를 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