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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It Rain
(Nell)
2003

by 김소연

2003.07.01

'넬'이라는 밴드의 이름이 있어야할 자리를 선점하는 어휘들이 있다. 1집과 2집을 지나오는 시기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던 인디 록 밴드 넬의 자리에 함께 한 단어는 '우울한 라디오헤드적 감수성'이었다.

하지만 이제 세 번째 발걸음을 떼어놓는 그들 앞에는 중량에 있어서 비교가 되지 않는 거대한 이름 '서태지'가 붙었다. 거의 모든 언론의 보도의 제목이 '서태지표 넬'로 운을 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넬은 인디 음악 씬에도 손을 뻗치는 서태지 프로젝트의 제 1호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모두 음악 외적 요소들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선입견을 품은 채 음악을 듣고 판단하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다. 넬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1990년대 이후 가요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서태지'라는 Executive Producer(제작자)의 직함은 듣는 이들의 실제 청(聽)경험이 검증해주지 않을 경우에는 실제 실력 아닌 이미지 평가에 의해 재단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서태지라는 이름을 잠시 잊어보는 것이 어떨까. 음악적 영향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서태지의 몫은 어디까지나 음악적이 아닌, 재정적 측면에서의 프로듀서에 불과하다. 또한 '라디오헤드의 모방이다!'를 문제 삼기 전에 그 전제 속에서 넬의 모습이 얼마나 또렷이 나타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실 트래비스(Travis)도 콜드플레이(Coldplay)도, 모두 라디오헤드의 우울한 후예들이 아닌가?

한국에도 뿌려진 많은 라디오헤드 키드들 중 하나인 넬은 우선 탄탄한 연주 실력을 갖추고 있고 좋은 멜로디의 곡들을 써내는 재주를 가졌다. 전체적으로 외로움을 다룬 듯한 난해한 가사-방송금지 처분까지 받았다는-또한 중요한 요소다.

이것들을 세련되게 조합하여 전체적으로 그럴듯한 분위기를 감돌게 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괜찮은 음악을 하는 밴드이고 3집 <Let It Rain> 또한 서태지 레이블의 지원으로 인한 놀라운 사운드의 발전과 함께한 괜찮은 음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앞서 강조했던 '넬만의 모습 찾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레이블까지 옮긴데다 오랜만에 내놓는 음반에서 전작의 음영이 짙게 드리워져있는 까닭이기도하고, 라디오헤드 음악의 요소요소가 하나하나, 흡사하게 녹아들어있으며, 아직도 남아있는 조금은 과잉된 우울함 때문이다. 이는 타이틀 곡 'Stay'에서부터 감지되나 꽤 흡입력 있는, 비교적 밝은 멜로디와 말끔한 연주가 돋보이며 꽤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곡이다.

3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던져진 곡 '유령의 노래'는 'Stay'를 잇는 멜로디와 그를 능가하는 사운드를 지닌 곡. '시작의 끝'은 이들의 오랜 테마인 '아름다움'에 관한 난해한 가사와 함께 스트레이트한 연주, 절규하는 보컬이 함께 뒤섞인다. 흐느끼는 듯한 '믿어선 안 될 말', 멜로디가 돋보이는 '낙엽의 비' 등에서 새어나오는 조금은 과장된 우울의 정서는 팬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 하지만 작위적인 냄새가 묻어난다는 것에서 아직 넬의 정체성은 확고하지 않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밴드인 넬이 자신들의 음악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도리어 그들의 음악이 아닌 다른 외적 요인에 의한 판단이 앞서, 그들이 가려지거나 혹은 과대평가되는 것은 뮤지션에게는 치명적인 일이 될 수 있다. 서태지라는 이름이 더욱 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것!

매스컴에서는 그렇게 선전되어도 무관하게 오로지 눈에 띄는 과감한 시도와 같은, 이전과의 차별화 시도, 즉 '음악적 상승'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무조건 '넬은 자신들의 노래를 하고 있다'는 점을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심어주어야 할 줄로 안다.

-수록곡-
1. 유령의 노래
2. 고양이
3. Stay
4. 어차피 그런 거
5. 시작의 끝
6. 믿어선 안될 말
7. 인어의 별
8. 낙엽의 비
9. 미련에게
10. 기생충
11. Eden
김소연(mybranch@iz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