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은 인생 첫 배역 한나 몬타나를 죽이는 과정이었다. 디즈니의 모범생에서 외설적인 팝스타로, 컨트리 대가의 딸에서 댄스와 록에 취한 반항아로 옷을 갈아입으며 그는 아역 출신 스타의 성숙해지려는 욕망을 음악에 녹여왔다. ‘Wrecking ball’ 이후 10년만에 ‘Flowers’로 다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맛봤던 그가 이번에는 애틀랜틱 레코드로 이적한 직후 성을 떼고 ‘마일리’로서 다음 챕터를 공표했다. 완벽한 변신을 위해서는 견고한 짜임새가 필요하듯 긴 시간 세상과 호흡했던 이름에 변화를 준 것은 주목할 일이지만 새 출발의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까지다.
베이스의 설득에 몸을 맡긴다는 콘셉트에 맞게 음반 제목과 동명의 리드 싱글이 처음부터 열기를 가한다. 문제는 방향을 잃고 저마다 다른 곳을 영혼 없이 주시하는 수록곡들이다. ‘Let’s get married’는 배우자 맥스 모란도에게 속삭이는 밀어에 불과하고 발라드 템포의 ‘Orbit’은 특별함 없는 노랫말이 어떤 인상도 남기지 않으며 디스코와 현악 편곡을 내세운 ‘Redlights’ 역시 1970년대 아바가 떠오르는 작법에서 알맹이를 뺀 소리 재현에 그친다. 번뜩이지 않는 선택의 연속에 춤을 권해야 할 음악이 싱거운 유혹만을 반복한다.
마지막을 장식한 두 곡에서 피어난 진심이 곡들 사이 균열을 메운다. 동생 노아 사이러스를 향한 ‘Innocent ways’가 아홉 곡 중 가장 애틋한 언어로 애정을 전하며, 사랑과 온기가 담긴 가사를 기타 리프에 올려 아름다운 프로포즈로 장식한 ‘Snow’가 앨범의 문을 닫는다. 빠른 리듬으로 몸을 들썩이는 전반부와 안정된 정서 전달에 집중하는 후반부의 역할은 다르지만 삶을 등반에 비유했던 10대 시절 히트곡 ‘The climb’의 희망 찬가를 떠올린다면 단단한 성장을 보여주는 뒷부분으로 균형이 기운다.
애플 뮤직 소개말에서 ‘음악을 통해 다시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다’고 명시했듯 마일리는 전작 < Something Beautiful >의 광활한 수식을 걷어내고 원초적인 댄스 팝으로 소통을 시도한다.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던 그에게 남은 숙명은 새롭게 찍을 구두점을 미뤄두고 솔직한 취향을 드러내는 일이다. 강한 개성도 갖췄고 수많은 장르를 소화한 경험도 충분하지만 지금은 ‘가면들을 벗은 자리에 자신만의 얼굴이 남아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차례다.
-수록곡-
1. Bass persuades [추천]
2. Different religion (Feat. Model/Actriz)
3. Let’s get married
4. Orbit
5. Aftermath
6. Redlights
7. Neon signs (Feat. Andrew Wyatt of Miike Snow)
8. Innocent Ways [추천]
9. Snow [추천]
10. Bass persuades remix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