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휴식기를 깬 처치스의 파격적인 정체성 선언이다. 몽환적인 신시사이저와 청량한 음색으로 향수를 유도하던 신시사이저를 내려놓고 포스트 펑크의 거칠고 어두운 질감을 전면에 내세운다. 개혁에 가까운 강렬함 덕에 개인을 넘어서는 시대 현상에 대한 통찰도 어렵지 않다. 영국 내 정치적 불안과 미디어가 만들어낸 강박을 비극적인 동요 모티브에 녹인 후렴은 섬뜩하고, 냉소적이고 단단한 가창은 주제 의식에 방점을 찍는다. 질주하는 비트 위로 짓이겨진 전자음이 충격적인 잔상을 남기는 가운데 긴장 해소 따위엔 책임이 없는듯한 이들의 태도는 완강하다.
급격한 사운드 하락에서 변화로 인한 과도기적 혼란이 도드라진다. 화려한 훅으로 선사한 쾌감 아래 고립과 죽음 등 깊은 고뇌를 숨겼던 < Screen Violence >의 교묘함이 묻히며 거시적인 사회 비판이 그대로 떠오른다. 경고음에 가까운 도입과 오토튠 내레이션으로 연출한 불안이 그 정점인 셈. 음악과 메시지의 불일치가 깨지며 중첩된 무게감이 부담스럽긴 하나 새로운 비전을 담은 곡의 지향은 안전지대를 벗어나 자유롭다. 포장지를 벗기고 타성의 잔재를 날카롭게 직시한 처치스는 새로운 진화를 향해 2막을 도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