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탱 클랜(Lemon-Tang Clan)의 탄생. 손위 그룹 에스파의 정규 2집 < Lemonade >에 이어 데뷔 2년 차 하츠투하츠가 미니 2집 < Lemon Tang >으로 돌아왔다. 재밌게도 SM엔터테인먼트라는 같은 소속사에서 한 달 간격으로 비슷한 소재를 사용했다. 전자가 팝 가수를 섭외하고 영어로 가사를 도배해 해외 시장을 노렸다면 후자는 작사에 인디 뮤지션이 참여하고 한글 가사 비중을 높여 국내 기반을 다졌다. 경쟁사 하이브가 단체로 혼란의 테크노 파티를 벌이는 와중에 이들은 에시드 컬러로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 바탕만 같을 뿐 에스파와는 아무 상관없다. 매년 돌아오는 뻔하고도 당연한 시즈널 콘셉트에 집중한다면 접근이 쉽다. 음반과 동명의 곡 ‘Lemon tang’을 살펴보면 있지의 ‘Icy’를 닮은 통통 튀는 베이스 위에서 또 다른 소속 선배 레드벨벳의 ‘빨간 맛 (Red flavor)’이 펼쳐지는 느낌이다. 냉감을 자극하던 팀들의 음악적 색채를 유지하며 K팝에 희미해져 가던 ‘서머퀸’ 명맥을 연장한다. 씨스타 이후 완벽한 대중적 합의를 이루며 해당 칭호를 하사받은 자는 없었지만 그 틈을 비집고 하츠투하츠가 후보에 이름을 올린다.
곡 수가 많지 않아 시원하고 상큼한 무드를 쉽게 이어간다. 중심인 ‘Lemon tang’을 제외하고는 여름을 직접 표현하지 않는 대신 계절감을 품은 요소를 심어놨다. 0점을 러브로 표기하는 테니스의 점수 형식에 빗댄 ‘15-Love’(공교롭게 같은 달 스테이씨도 ‘2 L0ve’를 발매했다)와 복잡미묘한 비트에 보사노바의 산뜻함을 얹은 ‘처음투성이 (Baby steps)’가 그 예다. 분위기 형성에는 성공했지만 노래별로 보면 얘기가 다르다. 타이틀 곡과 ‘Rude!’에 버금갈 으뜸 트랙이 부족하다. ‘Heart emoji (♡)’가 그 뒤를 따른다.
겹치는 재료(음악은 완전 극과 극이다)와 예상 가능한 이미지를 부담이 없이 풀어낸 결과, 반타작은 이뤘다. 앨범 단위의 감상이 멋들어지고 명곡이 즐비한 모습은 아니라고 해도 개성과 콘셉트가 득세하는 K팝 시장에서 억지스럽거나 이상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그라인더로 갈아낸 진한 레모네이드가 아닌 노랗게 여물은 레몬으로, ‘Lemon tang’이 아닌 ‘Rude!’로 소녀시대, 에프엑스, 레드벨벳에 이어 SM엔터테인먼트의 청량감을 다시 새롭게 잇는다. 덕분에 올여름 레몬 마켓의 품질 평균값이 올라갔다.
-수록곡-
1. Lemon tang [추천]
2. 15-Love
3. 처음투성이 (Baby steps)
4. Heart emoji (♡) [추천]
5. Secret recipe
6. Rude!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