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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 Baby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
2026

by 박승민

2026.07.05

미국이 이상하다. 마치 철부지 아이처럼 절차와 규칙을 무시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부리는 횡포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정규 1집 < Summertime 06’ >에서 예리한 통찰력으로 롱비치 게토의 삶과 부조리를 도려냈던 빈스 스테이플스의 메스가 다시 빛을 발할 시간이다. 기실 그는 2020년 < Vince Staples >를 분기점으로 시선을 옮겨 내면의 상처를 줄곧 드러내 보였다. 물론 암시와 은유를 통해 계속해서 어두운 현실을 전달했지만 결국 개인의 갈등 서사를 거드는 곁가지에 불과했다. < Cry Baby >는 다르다. 인생의 암흑기를 그려낸 전작 < Dark Times >를 거쳐 벼려낸 가사는,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겨눈 사회의 병폐가 국경을 넘은 덕에 보편성을 얻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전자음악 문법을 빌려 이루었던 성공을 뒤로하고 선택한 언어는 펑크(Punk)를 위시한 록이다. 인트로 ‘Blackberry marmalade’는 여전한 냉소와 달라진 설계를 천명한다. 첫 라인 ‘피로 얼룩진 땅 위에 세워진 제국들’, 백인을 향해 연거푸 내뱉는 단어 ‘crackers’, 제이 지의 명곡 ‘The story of O.J.’를 오마주한 세 번째 버스(verse)의 도입부. 그간의 울분을 전부 폭발시키겠다는 듯 퍼붓는 표현 하나하나가 날카롭다. 불길히 꿈틀대는 베이스와 ‘N-word’를 한 글자씩 합창하는 브릿지가 몰입을 고조시키며 가해자의 시점에서 총기 난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뮤직비디오가 마침표를 찍는다. 실로 압도적인 시작이다.


최고점을 초장부터 제시한 탓일까, 이후 전개는 장르와 메시지가 품은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한다. 래핑과 프로덕션 개개의 완성도는 준수하나 한데 맞물리는 순간 미묘한 엇박자를 내는 까닭이다. 생동감 넘치는 밴드 연주보다 기성 힙합의 정형화된 루프 운용에 가까운 비트, 느리게 침잠했던 지난 몇 장의 앨범에서나 어울릴 법한 플로우는 서로를 위해 물러서지만 그 간극을 끝내 메우지 않아 공백이 도드라진다. 랩 록 스타일 스크래치를 가져오고 슬릭 릭의 ‘Children’s story’를 샘플링해 후렴을 꾸린 ‘The big bad wolf’에 와서야 비로소 지루함을 떨치는 흐름이다. 아무리 화법이 노련하다 한들 필수 요소인 그루브를 놓쳐 버렸다면 음반 단위의 균형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시대성을 머금은 빈스 스테이플스의 비판은 분명한 의의를 지닌다. 현대판 ‘Welcome to the machine’ 같은 ‘TV guide’와 ‘God bless America’를 전복시켜 비꼬는 ‘Only in America’, 이전 레이블 데프 잼의 착취를 노예 플랜테이션과 연결 지은 ‘Cotton’에서 번뜩이는 문제의식이 가리키는 바가 명확하다. 단순히 트럼프 정부에만 화살을 돌리며 분노하는 데서 더 나아가 자신을 포함한 민중 전체의 행동을 촉구하는 것. 마무리 ‘7 in the morning’ 속 ‘형제들을 죽이는 건 엉클 샘을 사랑하는 마음이야’라는 구절이 모든 태도를 함축한다. 데뷔 당시 수많은 마니아를 열광케 했던 지점 역시 이런 반항기 아니였는가. 힙합의 저항 정신이 먼 과거의 유물쯤으로 여겨지는 오늘날, 다소 불완전할지언정 필요한 작품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수록곡-

1. Blackberry marmalade [추천]

2. Go! go! gorilla

3. White flag 

4. The running man

5. TV guide

6. The big bad wolf [추천]

7. Only in America

8. Do you know the devil

9. Cotton [추천]

10. 7 in the morning

박승민(pvth05m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