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하나 빈스 스테이플스에게 '갱스터 파라다이스'는 없다. 그가 직접 경험한 캘리포니아 롱 비치 게토의 삶은 굶주림과 증오, 법치 속의 무질서에서 적자생존을 강요당하는 약육강식의 정글이었다. 호기로운 더블 CD < Summertime 06' >은 거리의 갱스터가 미화되고 부와 명예 과시가 대세인 이 시대에, EP 한 장 발매한 신인이 찍어낸 극사실주의 '게토 르포'다. 미사여구와 그럴듯한 재가공, 합리화는 배격한다. 그에게 2006년의 여름은 '도시로부터 어린 시절을 빼앗기고 홀로 내버려진' 잔인한 계절이었다.
그간 게토와 갱스터 문화는 불합리하고 거칠지만 나름의 멋을 지닌, 유색 인종들의 해방구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러나 15살 소년 시절을 갱단에서 보내고, 거리의 극빈층으로 살아온 이의 눈에는 모든 것이 허상이다. 백인 수용층에 멋지게 포장된 갱스터 라이프는 매일같이 친구들이 총에 맞아 죽어 나가고, 그저 생존을 위해 기도할 수밖에 없는 'Life me up'이 사실이다. 'Norf norf'는 더욱 적나라한데, 법보다 총알이 더 가까운 빈스의 고향 롱비치의 참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친구의 죽음에 요동치는 감정의 'Surf', 매일 새로운 시체를 치우며 성(性)으로밖에 위안받을 수 없는 현실은 너무도 잔혹하다. 범죄의 뿌리가 너무나도 깊이 내린 이 도시에서 '도망칠 수 있는 건 오직 경찰뿐'이다.
빈스의 고백은 외면뿐 아니라 내면으로도 향한다. 마약과 섹스, 불안정한 현실로 그는 끊임없이 괴로워하며, 이는 모순적이게도 'Lemme know'나 'Street punk'처럼 과격한 집착과 폭력의 태도로 이어진다. '이끌어 주소서'라는 기도조차 듣지 않는 세상에서 이중적인 표현의 'Jump off the roof'로 자유를 꿈꾸고, 처절히 낮은 목소리로 삶의 회한과 불안을 하나하나 애인에게 토로하는 'Summertime'의 모습은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다. 너무나도 무거운 현실의 굴레 앞에 정처 없이 방황하는 청춘의 삶이다.
이 어두운 현장 다큐멘터리는 메시지를 받치는 촬영 기법과 장치 또한 탁월하다. 사이키델릭 성향의 샘플과 음산한 피아노 루프, 그 바탕에 깔린, 무거운 공기같은 베이스의 비트는 앨범의 스타일을 꽉 잡고 있다. 20곡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다소 부담으로 느껴지는 단점은 있으나, 묵시록적인 가스펠 합창으로부터 출발하는 'C.N.B', 기타 리프를 주로 삼아 로우 파이 베이스를 깔아놓은 '3230', 느린 BPM의 트랩과 퓨쳐(Future)의 훅이 어우러지는 'Senorita' 등 전체 구성에 개성을 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기에 빈스 스테이플스의 유연한 플로우와 어렵지 않은 단어 선택을 통해 진정성으로 중무장한 메시지 또한 핵심적으로 전달된다. 심지어 'Might be wrong'에서는 나레이션과 보컬을 선보이며 팔방미인의 재주를 보인다. 더블 앨범의 압박과 관계없이 엄청난 몰입력을 지녔다.
< Summertime 06' >의 생생한 증언은 켄드릭 라마의 거대한 메타포와도, 루페 피아스코의 진지한 이야기와도 또 다른 새로운 형태의 블랙 소사이어티, 블랙 커뮤니티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진중한 역사의식이나 심오한 인권은 없으나, 지옥과도 같은 게토의 비극을 투명하게 비추며 자아성취와 자본을 과시하는 주류에 발맞추지 않겠다는 저항 정신, 뚝심이 있다. 길거리에서 태어났으나 길거리를 버리지 않은 빈스 스테이플스의 용기는 2015년의 또 다른, 기억해야 할 울림으로 남았다.
- 수록곡 -
Disc 1
1. Ramona park legend, pt.1
2. Lift me up [추천]
3. Norf norf [추천]
4. Birds & Bees (Feat. Daley)
5. Loca
6. Lemme know (Feat. Jhene Aiko and DJ Dahi) [추천]
7. Dopeman (Feat. Joey Fatts and Kilo Kish)
8. Jump off the roof (Feat. Snoh Aalegra) [추천]
9. Senorita
10. Summertime [추천]
Disc 2
1. Ramona park legend, pt. 2
2. 3230
3. Surf (Feat. Kilo Kish)
4. Might be wrong (Feat. Haneef Talib aka GeNNo and eeeeeeee)
5. Get paid (Feat. Desi Mo) [추천]
6. Street punks [추천]
7. Hang 'N' bang (Feat. A$ton Matthews) [추천]
8. C.N.B
9. Like it is
10. 06



